[사설] K-콘텐츠 보호, 뜸만 들일 계제가 아니다

입력 2023-08-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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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정부가 어제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 회의를 열어 ‘제2의 누누티비’의 싹이 자랄 수 없도록 총력 대응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누누티비’는 해외 서버를 두고 실정법에 반하는 영업 활동과 권리 침해를 일삼다 최근 문을 닫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불법 공유사이트다. 유사 업체가 물을 흐리는 일이 없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비롯한 강력한 그물망을 마련한다는 공감대를 어제 확인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제조업 강국이지만 K-콘텐츠 또한 만만찮은 잠재력을 가진 미래 성장동력이다.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지난해 비영어권 드라마로선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이 이런 현실을 웅변한다. 앞으로 온라인 배급망 강화 같은 플러스알파까지 더해지면 얼마나 비약적으로 성장할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앞날이 창창한 산업일수록 반칙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튼실한 제방도 구멍 하나에 무너지는 법 아닌가. 누누티비를 광산의 카나리아로 알아야 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콘텐츠 불법 유통과 도둑 시청을 막지 않는다면 지속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인식하에 콘텐츠 불법유통에 대해 민당정이 머리를 맞댄 것은 의미가 크다.

어제 회의는 4대 추진 전략을 추려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신속 차단 및 집중 대응, 국제 수사 공조 강화 및 K-콘텐츠의 해외 불법 유통 대응 체계 개선, 지능 범죄 대응을 위한 과학수사 기반 마련, 저작권 보호 존중을 위한 인식 전환 프로젝트 등의 내용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도 속히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국회에는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과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각각 손해배상 기준을 3배와 5배까지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곧 최종 대책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대응 강도와 속도다.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1년 기준 불법 복제물 이용률은 19.8%로 추산되고 있는데, 콘텐츠 산업 매출액이 138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28조 원이 불법 복제로 새나간다는 뜻이다. 누누티비의 경우 OTT 사업자에게 4조9000억 원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밤토끼’로 인한 웹툰 시장 피해액도 연간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뜸만 들일 계제가 아닌 것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구조적으로 불법 업자들은 날고뛰는데 정부와 정치권 대응은 기는 수준이기 쉽다는 점이다. 옛말에도 열 포졸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고 하지 않았나. K-콘텐츠를 불법 업자들의 먹잇감으로 내놓지 않으려면 보다 결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우선 4대 전략에 힘을 모으되, 장기적으론 법적·제도적 기반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폭넓은 성찰이 필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콘텐츠 강국과의 국제 연대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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