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송승배 주류담당 MD는 3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2016년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에 입사한 그는 주류 MD를 시작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와인의 세계에 입문했다. 송 MD가 2021년 출시한 ‘앙리마티스 와인’은 프랑스산 와인과 유명 작가의 만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올해 6월까지 30만 병이 판매됐다. 이러한 노력에 세븐일레븐 와인 판매량은 지속해서 늘었고, 올해 상반기 와인 매출은 전년보다 50% 성장했다.
특히 올해 6월 국내 최연소로 프랑스 쥐라드 쌩떼밀리옹 협회가 수여하는 기사 작위 ‘쥐라드’를 받았다. ‘쥐라드’는 프랑스 3대 와인 기사 작위 중 하나로, 수여자가 전 세계 3000여 명에 불과해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로 인정받은 셈이다. 송 MD는 “올해 1월 생떼밀리옹협회에서 수상자로 선정됐으니 약력을 보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최종 수상 소식을 통지받고 ‘나는 영원히 와인을 사랑하며 살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떼밀리옹협회는 세계 각 국의 와인 트렌드를 살펴고, 해당 흐름을 주도하는 회사나 인물을 수소문해 기사 작위 수여자 후보로 선정한다. 후보자에게 ‘프랑스 와인의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설명자료 등을 받고 이를 토대로 작위를 수여한다.
송 MD는 자신이 기획한 앙리마티스 와인의 인기가 기사 작위를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그는 “편의점 PB와인들이 기존 제품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재고가 쌓이다 단종된다”며 “앙리마티스 와인은 클래식한 프랑스 와인에 앙리마티스 디자인이라는 캐주얼한 옷을 입혀 인기가 있었고 오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사 작위를 받은 뒤 더욱 많은 와인 정보 공유와 기회의 장이 열렸다. 그는 “프랑스에서 명함을 교환한 현지 생산자들이 세븐일레븐을 통해 와인을 판매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온다”며 미소 지었다.
처음 주류 MD를 시작했던 2020년만 해도 편의점은 와인의 주요 유통채널이 아니었다. 그는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각고의 노력으로 이듬해 편의점 최초 샴페인 할인행사를 기획해, 준비한 1만 병을 완판한 기억이 송 MD에겐 가장 인상 깊은 기억이다. 편의점 와인이 ‘스몰 럭셔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행사를 기획했고, 의도가 적중했다.
코로나19 시기와 비교해 최근 와인 수입량이 감소하는 건 또 다른 과제다. 다만 송 MD는 와인 자체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때 와인이 유행하면서 많은 양이 한꺼번에 수입됐고 그 물량이 국내에서 계속 풀리다보니 최근 상대적으로 수입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목표는 유럽에 치우친 국내 시장에 미국의 새로운 와인을 소개하는 것이다. 송 MD는 “세븐일레븐이 국내 와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흐름을 이끌어가는 게 우선”이라며 “미국 같은 신대륙 와인도 국내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성과를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