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맛 따라 달라진 4대강 보고서...과학이 설 자리는 없었다"[공무원 수난시대④]

입력 2023-07-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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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7-26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23조 원 투입 '4대강 사업', 정쟁 도구 전락…정권 바뀌며 해체에서 존치로 180도 위상 달라져
수질 개선·홍수 예방 능력 등 4대강 효과 연구도 정권 따라 평가 달라
감사원, 문 정부 4대강 조사·평가단장·팀장 검찰에 수사 요청…수동적인 공직사회 분위기 불가피

▲21일 세종시 금강 세종보가 13∼15일 쏟아진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환경부는 전날 세종보를 비롯한 전국 4대강 16개 보 모두를 존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1일 세종시 금강 세종보가 13∼15일 쏟아진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환경부는 전날 세종보를 비롯한 전국 4대강 16개 보 모두를 존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권이 바뀌면 장·차관 등 정부 부처의 정무직 공무원도 정권에 맞는 인물로 꾸려진다.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여당과 호흡을 맞추며 정책에 힘을 싣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작 정책을 만들고, 조율하고, 실제 추진까지 맡는 실무직 공무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사람이다. 이들은 평생직장인 공무원 조직 사회에서 정쟁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 운용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치가 공직 사회를 지배하는 모습이다. 정권에 맞춘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다 정작 정권이 바뀌면 역적이 되는 상황이 최근 적지 않게 보인다.

이들 공무원은 일반 기업으로 따지면 사장과 직장 상사의 업무 지시를 열심히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가 개입되는 순간 열심히 흘린 땀이 독이 되어 돌아오는 억울한 경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일명 '탈원전 사태'로 불리는 에너지 정책의 정치화·정쟁화가 시끄러웠지만, 이보다 앞서 시작됐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4대강 사업'은 정치가 정책을 집어삼킨 일명 '정책 정쟁화'의 끝판왕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업무를 담당했던 정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매일 주민 항의에 시달리고 환경단체에 멱살까지 잡히면서도 밤새워 준비한 자료로 주민 설명회를 열고 진짜 어렵게 설득하는 등 힘들게 진행한 사업이지만 정권이 바뀌자 사업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은 물론, 당시 공무원들의 모든 노력마저 부정당했다"고 하소연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4월 13일 충남 부여군에 있는 백제보를 찾아 금강 유역의 가뭄 대응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공동취재단)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4월 13일 충남 부여군에 있는 백제보를 찾아 금강 유역의 가뭄 대응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제공=환경부 공동취재단)

◇ 23조 원 투입 '4대강 사업', 정쟁 도구 전락…정권 바뀌며 해체에서 존치로 180도 위상 달라져

이명박 정부가 한국형 녹색 뉴딜 정책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은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진행, 2012년 4월까지 약 23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하천 정비 사업이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정비를 통해 홍수 피해 예방과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을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위장판이라는 지적이 많아 논란이 끊이질 않아, 총 5번의 감사원 감사까지 이뤄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4대강이 환경 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히며 해체나 개방 정책의 대상이 됐다.

이후 정권이 바뀌자 상황이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에 발맞춰 이달 20일 감사원은 전 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개방 결정이 무리하게 내려졌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즉시 4대강 16개 보를 모두 존치하고 세종보와 공주보 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31일 전남 순천시 주암조절지댐을 찾아 가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31일 전남 순천시 주암조절지댐을 찾아 가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 수질 개선·홍수 예방 능력 등 4대강 효과 연구도 정권 따라 평가 달라

4대강 사업 정쟁화는 과학적 분석에 대한 정부의 취사선택도 달라지게 만들었다.

올해 5월 국책 연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서울대와 함께 발표한 자료를 보면 4대강 보 대표지점 16곳과 강 본류 지점 17곳의 생활화학적산소요구량(BOD)·부유물질량(SS)·총인(T-P) 등 3개 수질지표를 4대강 사업 전후(2000~2009년과 2013~2022년)로 비교한 결과 99개(33개 지점당 3개 지표) 중 76개(77%)가 개선됐고 8개(8%)는 악화했으며 15개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지표가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에 대해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니터링한 결과이기 때문에 믿는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이번 연구 결과가 그간 정부의 입장과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2018년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는 16개 보 8개 수질지표(총 128개) 가운데 56개가 개선됐고 54건은 유지됐으며 나머지 18개는 악화했다.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에는 "10년 이상 BOD와 총인 농도 변화를 보면 보 설치·개방과 상관성이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금강 공주보 수문 개방 후 "녹조와 저층 빈산소, 퇴적물 개선 경향이 뚜렷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수질 관련 주무 부처가 단 2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그 2년 동안 정권이 바뀌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홍수위와 관련된 평가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2021년 한국토목학회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4대강 보가 홍수조절 능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20년 8월 홍수 시 실측자료로 분석한 결과를 담은 이 보고서에선 보가 생기면서 한강 강천보 상류 홍수위는 1.16m, 낙동강 달성보 상류 홍수위는 1.01m 금강 공주보 상류 홍수위는 0.15m 오른 것으로 평가됐다. 영산강의 경우 승촌보와 죽산보 상류 홍수위가 각각 0.16m와 0.13m 올랐다.

당시 연구진은 "홍수 전 보를 비워뒀다가 홍수 시 채워도 보에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이 적고, 홍수 시작 단계에 모두 채워져 (보의) 홍수 저감 효과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는 한국수자원학회의 5월 연구 결과를 들어 2020년 영산강 유역 홍수 시 4대강 사업으로 피해가 줄었다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영산강 죽산보~광주천 합류부의 홍수위(1년에 평균 1~2회 도달하는 수위)는 평균 0.46m, 최대 0.89m 감소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4대강 사업 관계자는 "4대강 사업 관련 다양한 보고서가 있지만, 공무원은 어쩔 수 없이 현 정권의 정책 방향에 맞춰 과학적 분석을 인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만, 전 정부에서 국정 운영에 맞춰 정책을 추진했지만 현 정부에서 돌아온 것은 검찰 수사라는 점은 환경부 내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문 정부의 4대강 조사·평가단 단장과 팀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한 장관에게 당시 팀장에 대한 주의를 요구했고, 단장의 비위 내용을 통보해 이를 인사 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직권남용', 일을 안 하면 '직무 유기'로 검찰에 가게 된다는 말이 돌 정도"라며 "이제 주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진취적인 업무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눈치껏 분위기를 살피며 적당히 일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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