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증권사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성과보수를 점검한 결과 상당수 증권사가 보수 체계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PF 실적 손실을 대폭 내고도 정부의 유동성 위기 지원을 받은 증권사들이 챙긴 성과급 규모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또한, 성과보수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이연방식 대신 일시급으로 지급하는 등 위규 사항이 다수 발견됐다.
24일 금감원은 증권사 부동산 PF 성과보수체계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금감원의 이번 점검 배경으로는 지난해 하반기 일부 증권사가 부동산 PF 유동성 위기 상황에도 오히려 부동산 PF 업무 담당 임직원에게 과도한 성과보수를 지급했다는 문제가 꼽힌다.
지난해 22개 증권사가 지급한 지난해 부동산 PF 성과보수 총액은 35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4%(1933억 원) 감소했다. 반면 조정금액은 327억 원으로 전년(64억 원) 대비 411%(263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금액은 증권사가 과거 이연 지급하기로 한 성과보수 중 담당 업무 관련 손실이 발생해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성과보수를 뜻한다.
특히 유동성 지원을 받은 증권사들의 조정금액이 대폭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유동성 지원을 받은 증권사들의 성과보수는 7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2%(208억 원) 감소했지만, 조정금액은 2021년(3억 원) 대비 1288%(233억 원) 증가한 236억 원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임직원의 성과보수체계는 법령에 따라 장기 성과와 연동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하나, 일부 증권사의 경우 이연지급 대상을 임의로 제외하고, 지급 기간도 단축하며, 성과보수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단기성과를 우선시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성과보수는 장기 성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주식 등으로 지급하며,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증권사(79.7%)가 성과보수 전액을 현금으로만 지급하거나, 이연지급 기간을 법상 기간인 3년보다 짧게 설정하는 등 성과보수 체계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보수를 주식으로 지급한 금액은 전체의 3.3%(125억 원)에 불과했다.
성과보수 재산정 과정에서 이연지급 기간 중 증권사에 발생한 손실 규모도 반영하지 않았다. 증권사는 회사 내규에 성과보수 조정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지만, 5개 증권사에서 이연지급 성과보수 관련 사항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개별 사업별 투자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증권사는 부동산 PF 리스크를 각 사업의 투자기간, 위험수준에 따라 비용을 2배씩 차등 부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사업의 경우 투자규모의 20%인 2억 원을 비용으로 반영하는 반면, 물류센터는 40%인 4억 원을 비용으로 반영하는 식이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는 이와 관계없이 부동산 PF관련 순자본비율(NCR) 산정에 적용하는 위험비율을 동일하게 부과했다.
이연지급 대상자에게 임의로 전액 일시급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전체 증권사 22개사 중 17개사(77.%)가 부동산 PF 업무 담당 직원에게 성과 보수 총액이 1억 원 미만일 경우 이연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감원은 "미흡 사항이 확인된 증권사에 대해 법령 취지에 맞게 성과보수 체계가 확립·운영될 수 있도록 조속히 지도하고, 금융투자협회 등을 통해 성과보수와 관련한 올바른 시장관행 확립 등 자율 개선도 유도하겠다"며 "금융위원회와 지배구조법령상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