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초등 교사 극단선택, 오은영·학생인권 때문일까

입력 2023-07-23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선생님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선생님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초동 초등학교 교사 극단선택 사건의 불똥이 엉뚱하게 오은영 박사에게 튀고 있다. 체벌하지 않는 오 박사의 육아법이 부모와 아이들을 망쳤단 것이다. 정치적으론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교권이 무너진 게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오 박사 때문에,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이번 일이 발생한 거라면 대책도 분명할 거다. 오 박사의 방송 출연을 막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훈육 목적의 체벌을 허용하면 될 것이다. 참 쉽고, 단순하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되는 사회문제가 있을까.

문제의 단순화는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일례로 연예인 등 유명인의 극단선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은 악성댓글 작성자를 살인자로 몬다. 대책들도 주로 이런 관점에서 만들어졌다. 제도적으론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공포심·불안감 유발에 대한 처벌이 강화했고, 포털사이트에선 연예기사에 대한 댓글 작성이 중단됐다.

문제는 ‘그래서 해결됐느냐’다. 극단선택의 원인이 악성댓글로 단순화하면서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통제된 일상, 불합리한 수익분배, 제한적 대인관계, 과도한 일정 등은 논의조차 안 됐다. 악성댓글도 여전하다. 기사에 달리던 악성댓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갔다. 처벌이 강화했지만, 연예인의 소속사들은 법적 대응을 꺼린다. 모든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다시 서초동 사건으로 돌아와 보자.

먼저 오 박사의 육아법이 부모들을 망쳤다는 건 부모들의 육아관이 애초에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단 뜻이다. 부모들이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자녀를 양육한다면 방송에 나온 전문가 한 사람의 말에 쉽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오 박사는 방송에 출연한 많은 부모에게 적극적인 훈육과 부모로서 권위 회복을 주문한다. 오 박사의 육아법에서 지양해야 할 건 훈육을 내세운 체벌이지, 훈육 그 자체가 아니다. 무조건적 ‘오냐오냐’를 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이를 ‘무조건 자녀를 감싸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단 의미다.

결국, ‘오은영식 육아법 때문에 부모들이 그릇되게 아이들을 감싸게 됐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부모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두 번째,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따른 교권 추락으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단 말이 성립하려면 학생인권과 교권이 서로 상충하는 가치여야 하고, 극단선택의 배경이 교권 침해여야 한다. 그런데 인권은 인간으로서 지니는 보편적 권리고, 교권은 교사로서 지니는 권한·권위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배경 중 하나는 지나친 체벌이었고, 물리적 폭력을 동반한 체벌은 형법상 범죄행위이지 교권의 영역이 아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이 서로 상충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최근 잇따른 교사 폭행, 학부모 갑질 사건에서 교사들이 침해당한 건 교권보다 인권에 가깝다. 교사라는 직업과 무관하게 폭행과 폭언, 스토킹에 가까운 연락과 항의는 인간으로서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다. 그릇된 권리의식에 기반한, 서비스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종사자에 대한 이용자의 갑질이다.

이런 관점에서 교권 침해 사례로 지적되는 최근 일련의 사태를 막을 방법은 ‘갑질’ 제재와 교사들의 인권 보호다. 교사들의 평가가 학생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교권이 강화하면 교사가 갑이 돼 학부모들의 갑질도 줄겠지만, 그것도 교사에게 ‘잘 보여야 할’ 처지의 학부모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궁극적으론 교사가 인권을 침해당했을 때, 학교 차원에서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

모든 문제에는 다양한 원인이 얽혀있다. 그렇기에 해결법도 다양하다. 문제의 원인을 단순화할수록, 그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워진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긁어 부스럼 만든 발언?…‘티아라 왕따설’ 다시 뜨거워진 이유 [해시태그]
  • 잠자던 내 카드 포인트, ‘어카운트인포’로 쉽게 조회하고 현금화까지 [경제한줌]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말라가는 국내 증시…개인ㆍ외인 자금 이탈에 속수무책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트럼프 시대 기대감 걷어내니...高환율·관세에 기업들 ‘벌벌’
  • 소문 무성하던 장현식, 4년 52억 원에 LG로…최원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0,650,000
    • +10.2%
    • 이더리움
    • 4,635,000
    • +7.17%
    • 비트코인 캐시
    • 625,000
    • +5.04%
    • 리플
    • 856
    • +6.47%
    • 솔라나
    • 303,200
    • +7.82%
    • 에이다
    • 840
    • +5.66%
    • 이오스
    • 784
    • -2%
    • 트론
    • 232
    • +2.2%
    • 스텔라루멘
    • 158
    • +6.76%
    • 비트코인에스브이
    • 85,600
    • +5.94%
    • 체인링크
    • 20,490
    • +5.67%
    • 샌드박스
    • 416
    • +6.6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