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업종이 상반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모두 섭렵하며 주도권을 휩쓴 가운데 조용히 수혜를 보고 있는 업종이 있다. 배터리 소재의 핵심 원료를 생산하는 화학 테마다. 다만 2차전지 투자심리가 타오르면서 최근 시가총액이 급격히 성장하자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코스피 시장 이전상장 추진 기대감도 함께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 KODEX에너지화학은 전 거래일보다 260원(1.33%) 오른 1만98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1만3000원 선에서 거래되던 KODEX에너지화학은 지난 4월 1만9910원까지 오르며 대폭 뛰면서 연초 대비 39.61% 급등했다.
화학 테마가 2차전지 관련주 급등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부상하면서다. KODEX에너지화학의 포트폴리오는 에코프로(25.25%)를 필두로 LG화학(18.46%), SK이노베이션(10.74%), 한화솔루션(5.61%), 롯데케미칼(3.49%), S-OIL(3.46%) 등을 담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와 2위 기업은 모두 이차전지 관련주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다. 에코프로는 지난 18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100만 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의 황제주로 올라섰다. 장중 한때 110만 원까지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는 중이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하반기 대표 산업 5가지(반도체, 바이오, 화학, 화장품, 방위) 가운데 화학 산업 ETF의 주간 수익률은 6.01%를 기록했다. 2위인 반도체(3.58%)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익률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테마에 힘입어 화학 테마 ETF 역시 동반 급등세를 보이는 중"이라며 "특히 KODEX 에너지화학에 포함된 에코프로가 20% 넘게 상승하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시장 내 2차전지 관련주들의 몸값이 크게 뛰면서 코스피 이전상장 기대감도 떠오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최근 코스피 시장 이전상장 준비를 위해 한 대형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가 이전 상장을 준비하는 이유로는 공매도 잔액 정리가 지목됐다.
코로나19 이후 공매도는 전면 금지됐지만, 2021년 4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허용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코스피 이전상장에 성공하면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기 전까지 공매도 거래가 불가하기 때문에 이전상장을 준비한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코스피 시장에서는 기관 자금이 확대돼 안정적인 투자도 가능하다.
엘앤에프는 해당 보도가 나온 당일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으로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다만 한 엘앤에프 관계자는 "회사 윗선에서 대표 주관사와 상장 논의가 진행됐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며 "범 GS그룹 계열 기업이다 보니 윗선에서 진행 중인 사항이 있어도 아래에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올해 3월 테슬라 계약 때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포스코DX도 같은 기간 코스피 이전상장 '설'로 몸살을 앓았다. 이전상장 기대감의 뒤에는 급격한 시가총액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포스코DX는 포스코 그룹주 내에서도 2차전지 소재의 핵심 생산라인,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시가총액 규모는 연초 9500억여원에서 이날 4조7500억 원 규모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포스코DX 측은 엘앤에프와 유사한 입장이다. 실무선에서 주관사와 이전상장 검토를 위한 논의 단계는 있었지만,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포스코DX의 이전상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앞서 같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이 2019년 코스피 이전상장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날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까지 진입했다. 엘앤에프와 포스코DX는 각각 코스닥 내 시가총액 4위와 5위를 기록 중이다.
반면,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 이전상장설에 대해 단호하게 부인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현재 에코프머티리얼즈의 코스피 시장 상장 준비 진행만으로도 할일이 많아서 비엠 이전 상장 논의는 후순위다. 코스피 시장 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에코프로비엠의 동시 상장은 불가능하다"라며 이전상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4월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 후 대기하고 있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 주관은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3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면 연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