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의 ‘하도급 업체 갑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당초 GS리테일 법인만 고발된 사건이었으나 임원이 범행에 가담한 정황과 증거까지 파악해 사건 전반을 규명한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전날 김모 전 GS리테일 전무를 하도급법 위반으로 고발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김 전 전무는 ‘기존 성과장려금을 정보제공료 명목으로 바꿔서 받자’는 의사결정을 내린 인물로 지목된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위반행위를 중단하지 않고, 다른 형태로 외양만 바꿔 부당이득을 챙겨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2월부터 관련자들을 조사한 뒤 이달 7일 김 전 전무를 소환했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관여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했으나 특별한 증거가 없어 고발요청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정위로부터 김 전 전무에 대한 고발이 접수되면, 다음 주 중 김 전 전무를 재판에 넘기고 사건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올해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한국타이어 부당지원 사건, 광주 교복 입찰 담합, 가구 업계 담합 사건 등 총 4건이다. 법인에 대한 벌금 부과로 끝내지 않고 기업 고위직, 총수들까지 처벌하겠다는 검찰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GS리테일은 2016년 1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8개 수급사업자들에게 도시락 등 신선식품(Fresh Food제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정당한 이유없이 매입액의 0.5% 또는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품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총 68억7900만 원을 수취했다.
같은 기간 매월 폐기지원금 행사, 음료수 증정 행사 등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전체 판촉비용 중 126억 원을 납품대금에서 공제해 수급사업자에게 부담토록 했다. 2020~2021년에는 정보제공료 27억 원을 수취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2019년 10월 조사에 착수해 관련 사실을 적발하고 지난해 8월 243억6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중소벤처기업부가 1월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를 열고 GS리테일을 검찰에 고발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의무고발요청제도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6개 법률(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표시광고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위반 사건에 대해 중기부가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중기부의 고발 요청에 대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GS리테일은 ‘부과된 과징금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공정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