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방식 개편은 오래된 화두다. 노·사 이해당사자 협상에 의존하는 결정방식에선 객관적 근거나 분석·전방을 토대로 한 최저임금 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노·사 협상이 결렬되면 고용노동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의 판단에 최저임금 결정이 좌지우지된다. 이는 정권 성향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이 극단적으로 바뀌는 배경 중 하나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본다. 몇 년째 사실상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했다”며 “공익위원이 누구 편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결국 정부안대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사·공 동수 합의·표결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건 정부가 사실상 최저임금을 정하되, 공익위원에 그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만든 편법”이라며 “이런 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차라리 공익위원을 없애고 노·사가 알아서 결정하도록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2019년 최저임금 결정방식의 비합리·비효율을 개선하고자 최저임금위원회를 결정위원회와 구간설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구간을 정하고, 노·사·공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가 이 구간에서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률 범위를 정함으로써 합리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결정은 노·사·공에 맡김으로써 사회적 수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은 국회로 넘어가 흐지부지됐다. 노동계는 반발했고,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던 당시 여당도 개편안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후 기존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올해까지도 이어졌다. 110일의 심의기간 내내 노·사는 대립했다. 막판에 공익위원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내년도 최저임금은 2.5% 인상에 그쳤다. 2018년 16.4% 인상 때와 마찬가지로 2024년 2.5% 인상에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 2.5%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 가구에 미칠 영향, 일자리 총량에 미칠 영향, 업종·직종별 인력 수급에 미칠 영향, 기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 등은 최저임금을 정한 노·사·공 이해당사자도 모른다.
최저임금 결정에서 직접 이해당사자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 이해당사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자문 역할을 하고, 전문가 그룹이 최저임금액을 결정하도록 하는 게 더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종이나 산업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노·사 협상에 의해 최저임금을 정하다 보면 지불주체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문제도 있고, 인력 배치의 효율성도 저해된다”며 “전반적으로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