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인사이드] 경제성과 정체성 사라진 대한민국 경차

입력 2023-07-19 17:00 수정 2023-07-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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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캐스퍼 신차 효과 감소中
B세그먼트 붕괴 후 빈자리 채워
제품 경쟁력은 십수 년 전과 동일
차 가격 솟구치며 경제성 하락해

경차 시장이 위축기에 접어들었다. 2021년, 현대차가 SUV 콘셉트를 담은 '캐스퍼'를 출시하면서 판매가 반짝 솟구쳤으나 최근 들어 다시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기아 모닝이 새 얼굴로 등장해 관심이 쏠리는 정도다.

현재 국내에는 경차 3종이 팔린다. 10만 대 안팎의 좁아터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셈. 그나마 지난해 쉐보레 스파크 단종 전까지 4종이 경쟁했다.

최근 경차 판매 하락은 경쟁력을 비롯해 경차 본연의 정체성이 흐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경차의 출발은 1991년 대우국민차 티코에서 시작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경차는 그리 달라진 게 없다. 차 크기와 엔진 배기량 기준이 소폭 확대된 게 전부다.

먼저 경차는 내수 시장에 한정돼 있다. 차 값이 싸다 보니 비싼 물류비를 들여 수출 시장에 쉽게 내보낼 수 없다.

수출한다 해도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전체 판매 가격에서 해상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값이 싼 자일수록 '현지 생산, 현지 판매'가 원칙이다.

그렇다고 경차를 쉽게 버릴 수도 없다. 여전히 글로벌 곳곳에 숨어있는 잠재 시장, 특히 신흥국을 개척하기 위해 필수다. 기아의 1세대 모닝을 베이스로 개발한 현대차 i10(현지명)이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을 휩쓸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제조사는 큰 수익을 못 올리고 있으나 이를 버릴 수도 없다. 자연스레 연구개발(R&D)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1990년대 경차 출범 취지가 퇴색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안전 및 편의 장비를 추가한 탓에 무게가 많이 늘어났다. 실제로 제법 잘 달린다는 현대차 캐스퍼 1.0 터보는 공인 연비가 1ℓ당 12.3~12.8㎞다.

준중형차인 아반떼(14.8~15.4km/ℓ)에도 못 미친다. 작은 엔진을 얹어 뛰어난 연비를 뽑아내는 한편, 값싸고 효율성이 좋은 차라는 경차의 정체성이 사라진 셈이다.

이렇게 경차의 제품 경쟁력과 경제성이 하락하면서 존재의 당위성도 하락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 엑센트ㆍ기아 프라이드ㆍ쉐보레 아베오 등이 경쟁하던 소형차 시장이 사라졌다. 경차는 이들의 빈자리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편의 장비를 넉넉하게 담았고, 가격도 마음껏 올렸다.

1000만 원 미만에서 출발하던 경차 가격은 2021년부터 1000만 원을 훌쩍 넘기 시작했다. 일부 모델은 옵션을 마음껏 채우면 2000만 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경제성과 환경을 따져보면 경차보다 준중형 하이브리드가 더 이익이다. 서민을 위한 '경차'도 옛말이다. 진짜 경제성을 따지겠다면 2000만 원에 육박하는 경차보다 중고차 시장으로 향하는 게 더욱 합리적이다.

그렇게 경차는 수십 년 동안 고집해온 "값싸고 연비 좋은 작은 차"라는 수식어마저 잃게 됐다. 주차장과 혼잡 통행료 등 경차에 대한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값싸고 좋은 연비가 최대 장점이던 경차는 그 매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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