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사막 부부가 등장해 갈등을 털어놨다. 아내는 남편에 대해 “벽을 보고 얘기하는 기분이다. 돌쟁이 아들보다도 대화가 안 통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남편은 제작진과의 사전 미팅에서도 1시간 반 동안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으며 제작진을 당황하게 했다. 부부의 일상을 지켜보던 MC 박지민도 “지금까지 말을 한마디도 안 하셨다”며 놀랐다.
사막 부부의 갈등은 대화의 부재뿐만 아니라 돈 문제도 심각했다. 말수 없는 남편이 유일하게 먼저 말을 꺼내는 주제가 ‘돈’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부부의 휴일 아침, 동물원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아내는 남편에게 동물원에 갈 건지 물었다. 그러나 남편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남편의 입이 처음 열린 것은 한 전화 통화에서였다. 전화의 정체는 대출 상담 전화. 이후로도 남편의 핸드폰은 수차례 울렸고, 계속 걸려 오는 대출 상담 전화에 아내도 한껏 예민해졌다. 두 사람의 갈등은 소통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까지 더해져 극에 달했다.
이어 신혼 초부터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 임금 체납으로 인해 반년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던 사연이 드러났다. 이들에겐 임금 체납으로 시작된 생활고에, 아이가 태어난 후 이사를 앞두고 무리해서 받은 대출이라는 고난까지 있었다. 남편의 월급은 260만 원 남짓에, 고정지출은 250만 원 이상이라 모자란 금액을 카드 리볼빙 서비스로 메꾸며 갚아야 하는 금액이 누적되고 있었다. 결혼 생활 7년 동안 부부에게 생긴 빚은 총 9200만 원. 그런데도 남편은 여러 군데에서 받은 대출을 한 곳으로 대환대출해 통합하고 싶다며 추가 대출을 알아보고 있었다.
다음 날, 외출 후 돌아온 아내와 남편의 살벌한 신경전은 계속됐다. 아내는 평소 남편에게 갖고 있었던 불만에 대해 말하고자 대화를 시도하려 했지만, 남편은 아내를 등지고 TV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듣고 있으면 대답이라도 해달라는 아내의 호소에도 입을 꾹 닫은 남편의 모습에 보는 이들도 답답함을 드러냈다. 남편은 끝내 대화를 거부한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오은영 박사는 “울화통이 터질 만큼 대화가 없는 편”이라며 소통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남편의 특정 발음이 부자연스러운 편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발음 때문에 위축됐던 기억이 있냐고 묻자, 남편은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발음이 이상하니 ‘말을 하지 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며 강압적인 아버지에게선 말대꾸 한번 못하고 매를 맞으며 자랐다는 상처를 고백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은 지금까지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수용 받은 기억이 없어서 대화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만 자리 잡은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아내에겐 남편은 대화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니 남편의 이런 특성을 이해해주고, 남편이 말을 할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다그치기보다 들어주라는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 또 소통이 어려운 부부를 위해 하루 1분 서로의 눈을 마주 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한편, ‘결혼지옥’은 매주 월요일 밤 10시 4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