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업·경제 발목 잡는 극한 정치 대립

입력 2023-07-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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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배준호 국제경제부 부장대우. 신태현 기자 holjjak@
▲배준호 국제경제부 부장대우. 신태현 기자 holjjak@

좌우 분열과 극한 정치 대립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전 세계 기업과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언제까지 이런 무의미한 갈등에 기업들, 더 나아가 시민이 고통받는 상황을 방관해야 할지 의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용어를 더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ESG가 극좌와 극우, 양 진영 모두에 ‘무기화’ 됐다는 사실에 넌더리가 났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블랙록은 극우 진영에서는 ‘깨어있는 척 하는 자본주의’라는 비아냥을 받는 것은 물론 미국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주가 20억 달러를 인출하는 등 금전적 피해를 받고 있다. 극좌 진영은 블랙록이 ‘그린워싱(위장 친환경주의)’을 하고 있으며 핑크는 ‘위선자’라고 맹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다며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ESG 투자가 이제 양극단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기업은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그만큼 경제도 힘들어지게 된다.

이런 극한적인 대립은 미국의 일만이 아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19개국 중 가장 당파 갈등이 심한 나라로 꼽혔다. 구체적으로 한국 성인 10명 중 9명꼴로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강한 갈등이 있다”고 인식했으며 그중 49%는 “그 갈등이 매우 심하다”고 답했다.

이러니 한국에서 어디가 집권하든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온갖 논란이 벌어지면서 결국 일이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극한 정치 대립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매리너 아지몬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2007~2009년 당파적 갈등이 커진 결과 기업 투자가 27% 감소했으며 외국인 투자도 늦췄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부채한도’ 상향 협상과 그에 따른 시장 혼란도 극한 정치 대립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 의원들은 2011년 부채한도 상향을 놓고 갈등하다가 사상 최초로 자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태를 빚었음에도 올해도 막판까지 협상에 난항을 거듭해 연방정부를 디폴트(채무불이행)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다.

자신의 의견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서로 대화하면서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으려는 모습은 아예 실종된 지금 다시 대화와 타협을 살려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이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시장질서도 보장될 것이다.

극우가 됐든 극좌가 됐든 양극단에 선 사람들은 한 번쯤 자기 자신을 둘러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결국 모두의 목적은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10월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좋은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툰베리는 독일 정부의 원자력 발전소 폐쇄 결정에 이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높이는 ‘실수’라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원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독일 보수 진영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툰베리는 당시 “언제나 그렇듯 불편한 진실이 자신의 의제에 맞을 때만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측면만 선택하고 나머지를 무시하는 것은 우리를 아무 데도 이끌지 못하고 문화전쟁만 부추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툰베리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이 발언은 현시대에 딱 들어맞는 조언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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