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법' 국회 논의 본격화…명칭·위원회 구성이 '변수'

입력 2023-07-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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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17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서 논의 예정…수해로 잠정 연기
여야, ‘정의로운’ 단어 포함 여부와 위원회 구성에 이견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전환지원법 졸속 처리 반대 및 제대로 된 정의로운 전환 입법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이은주(앞줄 가운데) 정의당 의원 등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전환지원법 졸속 처리 반대 및 제대로 된 정의로운 전환 입법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이은주(앞줄 가운데) 정의당 의원 등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뉴시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국내 에너지 정책이 ‘탈석탄화’로 전환되면서 국회가 석탄업계 등 관련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 산업 전환으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법’이 국회 협상 테이블에 곧 오를 예정이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본회의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법’과 관련된 법안 3건에 대한 병합심사에 돌입한다. 나머지 2건으론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에 관한 법률안’,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산업전환 시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올라와 있다.

해당 법안들은 당초 17일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피해 복구를 위해 잠정 연기됐다. 수해 복구가 마무리되면 국회는 빠른 시일 내 소위원회를 재소집해 해당 법안들을 논의·심사할 예정이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란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어떤 지역이나 업종에서 급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일어날 때, 일부 노동자나 산업이 그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안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용어인데, 국제사회가 2015년 채택한 파리협정 전문이나 국제노동기구(ILO) 가이드라인에도 해당 개념이 명시돼 있다.

특히 내연기관자동차·석탄화력발전 분야의 경우 ‘탄소 다(多)배출’ 업종이란 점에서 사업축소 및 타산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노동 전환이 예상돼, 해당 분야 노동자들에 대한 직무 전환과 재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21대 국회 들어선 이를 지원할 3건의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핵심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정의로운 노동 전환을 지원하는 업무 전담 기관과 대화 채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제정안을 낸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정의당 모두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덴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정의로운’이란 문구 삽입 여부·별도 심의기구 설치에는 의견 차이가 분명한 상황이다.

먼저 법안명에 ‘정의로운’, ‘공정한’, ‘노동전환’ 중 무엇을 넣을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이다. 우리가 이 법을 논의하는 것도 기후위기가 노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응인데 이 개념이 (법안명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반면 당시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정의로운’은 추상적 언어다. 탄소중립에 국한돼서 쓰였던 표현을 산업구조 전환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개념인 이 법에서 인용할 필요는 없다”고 반대했다.

박대수 국미의힘 의원도 “‘정의로운 일자리’ 이런 게 들어가야 하느냐. 유치하지 않냐”며 “그렇다면 정의롭지 않은 일자리도 있느냐, 또는 양질이 아닌 일자리를 전제로 법문이 축조된 게 있는가 고민까지 된다”며 당시 반대 의견에 힘을 실었다.

기본계획을 심의하는 별도 위원회 설치도 정쟁의 대상이다. 여야가 합의 끝에 노동자·사용자·정부 측 대화 채널로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심의회의 산하 전문위원회를 두는 것까지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노사 동수 참여’를 법률 안에 명시하느냐 문제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고용정책심의회는 심의를 위한 기구라 전문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다른 전문위원회처럼 구성하게 된다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들어가기 힘들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이수진 의원은 “전문위원회에서 모든 걸 결정할 텐데 그 위원회의 구성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확실하게 담보해 주지 않는다면 이 법은 그냥 껍데기만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저는 발전사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사 사장님들 그다음에 정비소 정비하시는 사장님들을 다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다. 너무 불안해하고 힘들어한다”며 “이게 노동자들만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기업주들도, 중소 영세 사업주들도 상당히 애로사항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문위원회에서 하는 논의가) 탁상공론으로 흐르지 않고, 이분들의 고통을 정말 제대로 그 거버넌스 안에 녹여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노동부가 해야 될 일”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정부는 법체계상 노사 동수 명시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권 차관은 “법률에는 전문위원회의 명칭을 두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지금 법을 개정해서 고칠 수는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노사가 얼마나 참여하느냐 하는 부분은 우리가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전문위원회에서는) 산업전환에 관한 여러 정책들을 논의할 뿐, 노사가 협의해서 무엇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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