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한샘이 1년 반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강수로 반등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해로 네 번째 가격 인상에도 나선다.
한샘의 최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13일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김유진 신임 대표는 1981년생으로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2009년 IMM에 합류한 인물이다.
한샘 관계자는 “최대주주 IMM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기업가치 상승 과제를 이끌 리더로 김 신임 대표가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이번 인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IMM이 한샘 대표이사의 교체 카드를 꺼낸 것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MM PE가 인수할 당시 한샘의 주가는 주당 22만 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4만 원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지난 1년 반 동안 한샘을 이끌어온 김진태 대표는 사실상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경질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2017년 할리스 대표를 맡아 2020년 KG그룹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 역시 해외사업을 강화해 실적을 띄웠다. 그간 김 신임 대표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대표도 겸직해 왔다.
한샘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업황 악화로 적자 상태에 있던 에이블씨엔씨를 오퍼레이션 및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취임 1년 만에 흑자전환 했다”며 “할리스F&B 재임 시절에는 전국적으로 매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IT 시스템 및 로스팅 센터에 적극 투자해 커피 시장에서 할리스커피의 존재를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대표 교체와 함께 제품 가격 인상도 단행한다. 오는 17일 홈퍼니싱 부문의 전 품목 가격을 평균 3% 인상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5차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올해만 4번째 가격 인상이다.
가구업계는 악화하는 실적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릴레이 가격 인상을 이어왔다. 실제 한샘은 지난해 217억 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보여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이 46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고, 157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부동산 거래시장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데다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가 위축 된 게 직격탄이 됐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비 및 인건비 등이 뛰면서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한샘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지난해부터 돌파구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통합플랫폼 ‘한샘몰’을 가동하고, ‘한샘디자인파크 송파점’을 필두로 오프라인 매장 혁신에 들어갔다.
김진태 전 한샘 대표는 지난 3월 해당 매장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기존 디자인파크가 버전 1.0이라면 송파점은 버전 2.0이다. 앞으로 목동에서 버전 3.0을 시도할 것”이라고 알렸다. 매장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리모델링 전 과정에 대한 신뢰 구축을 위해 ‘무한책임 리모델링’도 도입했다.
이같은 도미노 가격 인상과 혁신 의지에도 증권가에선 한샘의 2분기 실적 역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가구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이 실적 방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소비자 부담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교체 주기가 짧지 않은 가구 제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코로나 수혜주였던 가구업계가 빠르게 반등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전방 지표의 부진 역시 한샘과 가구업계 전체 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