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논란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양평고속도로) 사업 논란이 좀처럼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김 여사 일가 토지가 속한 양평군 강상면으로 종점이 바뀌었느냐’는 야권의 의혹 제기에 당정은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부는 13일 기자단과 함께 양평 고속도로 원안 종점(양평군 양서면)과 대안 종점(양평군 강상면)을 차례로 방문해 노선 변경 타당성 설명에 나섰다.
양평고속도로 타당성 평가를 맡은 동해종합기술공사 이상화 부사장은 “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대안(양평군 강상면)으로 설정한 것은 원안의 환경‧예산‧기술적 쟁점을 모두 해결한 노선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원안 종점인 양서면 안의 기술적 문제점으로 △상수원 보호지역 등 환경오염 △양평 분기점(JCT) 연결 시 40m 높이 교량과 터널과 연결해야 하는 상황 △연결 도로(지방도 342호) 개선 등을 꼽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원안은 남한강과 경안천 등 상수원 보호지역과 생태자연보호구역, 철새도래지 등을 지난다. 반면 대안은 상수원 보호지역의 가장자리를 지나고, 다른 환경보호구역 통과도 최소화했다.
또 원안 종점에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분기점을 설치하면 고(高)교량과 터널과 접합해야 해 건설 과정의 불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 부사장은 “기술적으로는 (분기점 설치가) 가능하지만, 운영과 시공 중 안전성 등을 고려하면 다른 곳에 분기점을 설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양서면 원안 종점 예정지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아파트 15층 높이 교량이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에 원안 종점 설치 예정지에 거주 중인 주민도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박구용 양서면 청계2리 이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 마을은 뒤쪽 청계산이 둘러싼 분지인데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교량 때문에) 마을을 잘라 놔 보기도 안 좋고, 타이어 가루 등이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렇게 살기 힘든데 원안대로 만든다면 더 힘들 것”이라며 “총 770가구 정도가 사는데 여기에 분기점을 만들면 저희만 고통을 감수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난해 3월 타당성 조사 공고 후 두 달 만인 같은 해 5월 대안이 발표된 것은 물리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 부사장은 “(원안의) 쟁점을 해결할 안으로 강상면 안을 찾았다. 대안 선정도 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대안 종점 설치 지역인 강상면 일대는 병산저수지 인근 능선에 터널을 뚫어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분기점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날 방문한 강상면 일대는 마을보다 식당과 숙박업소가 더 눈에 띄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통과 구간도 양서면 일대보다 교량 높이가 낮았다.
이 밖에 원안 종점에 양평군이 요청한 강하 나들목(IC) 설치안은 위치와 설치 조건 등을 종합할 때 부적절해 폐기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둘러본 양평군의 나들목 요청지역은 산 중턱에 자리한 데다 경기 광주시 접경지역으로 행정상 관리 문제도 예상됐다. 여기에 나들목과 연결될 지방도 342호선도 2차선에 도로 폭도 좁아 고속도로와 연결하기 부적절해 보였다.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모든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이후 타당성 조사에서 시작부와 종점부가 바뀐다고 봐야 한다”며 “양평 고속도로 사례처럼 부분 변경이 아닌 도로축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현재 노선 변경 사례를 확인하고 있으며 정리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국장은 ‘타당성 조사 중간 결과를 공개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숨길 이유는 없지만, 공개되면 또 (외부에서)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석 결과가 나와 논란이 생길 수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