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등 전통주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현행 주세법 때문에 영세 수제맥주 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과 투자유치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수제맥주도 대상에 포함시키거나, 영세 업체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행 주세법은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한다. 전통주에는 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지역 특산주 등이 포함된다.
많은 주류 업체들이 온라인 판매를 하기 위해 ‘지역 특산주’로 지정받는 방식을 택한다. 가수 박재범 씨의 ‘원소주’가 지역 특산주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가 가능했던 이유도 양조장이 강원도 원주에 위치해 있고 주 원료도 원주 지역농산물인 쌀이었기 때문이다.
맥주 재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맥아와 홉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산에 전량을 의존할 수 있을 만큼 국내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맥주가 지역 특산주로 인정받고 온라인에서 판매되기는 쉽지 않다.
온라인에서 팔 수 없으니 수제맥주 업체들은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양극화와 출혈경쟁이 심해졌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에서 팔 수 있게 캔‧병 등에 맥주를 담는 공정을 갖추지 못한 곳은 판매 채널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고, 이것이 가능한 곳은 편의점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고 경쟁에 내몰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 들어가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비를 써야 된다. 점주가 맥주를 주문하도록 유도하는 ‘오더 장려금’, 편의점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비용 등을 다 생산자가 내야 한다”며 편의점에 입점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채널에 종속됐다고 설명했다.
채널에서 판매할 수 있는 공정을 갖춘 업체들은 온라인에서 수제맥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전통주의 범위를 넓혀달라고 주장한다. 국산 농산물의 범위를 쌀과 같은 곡물뿐만 아니라 과일, 향신료 등으로 넓혀달라는 것이다.
모든 맥주 업체가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으면 영세업체가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만큼 기업 규모를 고려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받아 맥주의 품질과 판매 여력을 높여놨는데 채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제맥주의 온라인 상거래가 가능해지면 시장이 커져서 판매량도 늘고, 그만큼 기업도 성장해 다시 투자를 받는 선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허용될 수밖에 없다. OECD 대부분 국가들이 온라인에서 주류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라고 언제까지 금지할 수 있겠나”고 설명했다.
다만, 영세 수제 맥주 업체의 경우 편의점‧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세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주세법이 종량세로 바뀌고 물가 연동이 되면서 세금이 계속 많아지고 있다”며 “경영이 어려운 영세 수제맥주 업체에게는 인플레이션도 무섭지만 물가 따라 올라가는 세금이 더 두렵다. 예외 규정을 두는 게 업체들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