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벌인 400억 원 약정금 지급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선 전 회장이 받을 약정금액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선 전 회장이 유 회장과의 대가관계에 있는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인정하면서 2심이 400억 원에서 공제한 금액을 파기했다. 따라서 원심이 인정한 203억 원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선 전 회장이 하이마트 인수와 관련해 체결한 약정을 근거로 유 회장에게 세후 약정금 400억 원 지급 등을 청구한 상고심에서, 원고가 패소한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낸다고 13일 밝혔다.
유 회장은 2008년 1월 유진그룹 등을 통해 하이마트를 인수했고, 당시 하이마트 대표이사인 선 전 회장은 인수 과정에 참여하며 하이마트에 지분을 투자했다. 선 전 회장과 유 회장은 하이마트 인수와 관련한 선 전 회장의 지분 투자 내용 등을 정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에는 선 전 회장이 지분 투자를 위한 증자에 참여하고 하이마트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대가로 유 회장으로부터 세후 400억 원을 지급받되, 그 금액에서 ‘현재 수준의 정상적인 급여’는 제외하기로 썼다.
선 전 회장은 이 같은 계약서를 근거로 유 회장에게 세후 약정금 400억 원의 지급 등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선 전 회장이 패소한 반면, 2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선 전 회장이 400억 원에 달하는 약정금 중 약 203억 원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 원심은 “원고가 약정금 400억 원과 대가관계에 있는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면서 “다만 약정금 400억 원에서 2008년 2월 인상돼 2012년 4월까지 지급된 급여 및 그로 인한 상여금, 퇴직금 증액분 합계 197억 원이 공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원고(선 전 회장)가 패소한 부분마저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역시 “원고는 약정금 400억 원과 대가관계에 있는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해석한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하이마트가 원고에게 급여 증액분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지급한 것인지 등을 심리해 원고에게 종국적으로 귀속된 급여 증액분만을 약정금 400억 원에서 공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