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결국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낸다. 린 스타트업의 교훈은 단순명쾌하지만, 린 스타트업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다. 모든 좋은 방법론이 그렇듯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성급함’과 ‘자존심’ 두 가지 본성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느낀다.
린 스타트업은 계획과 실행 대신 가설 수립과 검증을 강조한다. 어차피 시장과 고객의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우니 막대한 비용으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대신 최소 기능 제품을 만들어 최대한 빨리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방향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경험상 가설을 곧바로 실행에 옮길 여력이 없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가설을 숙성시키는 시간이 생기는데, 처음에는 정말 괜찮아 보였던 아이디어도 묵혀두고 다시 꺼내서 보면 처음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보이고, 또 한참을 숙고하다 보면 보완책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스타트업 투자 유치는 많은 팀을 실수에 빠뜨리기도 한다. 투자받은 직후 풍부한 자금과 인력을 바탕으로 숙성하지 않은 가설들을 마구잡이로 실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린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고(Build), 제품을 통해 시장과 고객의 반응을 측정하고(Measure), 측정을 통해 나온 데이터를 통해 학습(Learn)한다. Build-Measure-Learn 사이클을 반복하며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가설이 맞았다면 반복은 즐거움이 된다. 학습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고, 개선된 제품으로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교훈을 얻는 과정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설이 틀렸다면 악순환의 시작이다. 학습해서 제품을 개선해도 고객과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반복할수록 투입된 비용 또한 커지기 때문에 점점 발을 빼기가 어렵게 된다. 주식 투자에 비유하면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추가 매수하여 평단가를 낮추는 행위와 비슷하다.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상 추가 매수를 한다고 손실이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하락 시에는 오히려 손실이 커지게 된다.
초기 스타트업이 세우는 가설에는 필연적으로 창업자의 ‘에고’가 녹아 있기 때문에 가설 검증이 실패할 때 창업자 자신이 실패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자존심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쉽다. 내 가설이 틀렸을 리가 없기에 단순히 제품이 틀렸거나, 심지어 고객이나 시장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된다.
창업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는 장거리 경주다. 중요한 의사 결정일수록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숙고해서 내린 결정도 얼마든지 틀리는 수가 있다. 그렇다면 손실이 커지기 전에 빠르게 인정하고 바꿔야 한다. 명심해야 하는 점은 ‘언제나 시장이 옳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