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초복을 맞아 삼계탕 메뉴를 두세 번씩 들여다본 식당 고객이 한둘이 아니다. 서울 종로의 유명 삼계탕집의 한 그릇 가격이 꼭 2만 원이다. ‘금계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잖은 시민이 어제 ‘반계탕’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복날 대목이어서 이런 것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에 따르면 5월 서울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6423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7% 상승한 것으로,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 중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주재료인 닭값부터 크게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초복 전날인 그제 ㎏당 닭고기 소매가격은 6364원으로 1년 전보다 12.0% 올랐다. 지난달에도 ㎏당 6439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12.6% 뛰었다. 여기에 전기·가스 요금과 물류비, 인건비도 줄줄이 올랐다. 삼계탕집들도 버틸 재주가 없었던 것이다.
정부 발표로는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에 머물러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대 물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국, 주요 20개국(G20) 중 3개국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서민이 체감하는 실생활 물가는 딴판이다. 공식 통계 다르고 체감 물가 다른 것이다.
가공식품 물가는 7.5% 올라 직전월(5월 7.3%)보다 되레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률 역시 6.3%에 달했다. 73개 가공식품과 39개 외식 항목 중 소비자물가 상승폭보다 더 오른 항목은 각각 59개와 37개에 달했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드레싱, 잼, 치즈, 맛살이 20% 넘는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외식 중에서는 피자가 11.1% 오른 데 이어 햄버거, 오리고기, 김밥, 삼계탕, 돈가스, 라면, 구내식당식사비, 떡볶이가 8~9%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미국 연준(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여전히 물가 잡기에 매진 중이다. Fed는 이달 금리인상을 재개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한 번 더 인상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공식 통계상의 물가 진정세를 강조하면서 경제정책 초점을 물가에서 경기부양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내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우리 경제는 1%대 저성장과 가계부채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경기부양 선호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그렇더라도 고물가 문제를 지나치게 경시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정부는 근래 민간 기업을 압박해 각종 제품 출고가를 낮췄다. 소주, 맥주, 라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물가 불안은 기업의 탐욕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과잉 유동성을 제어하는 긴축 기조가 흔들리니 초복 삼계탕이 금계탕으로 변해 하늘 높이 날아다니고, 부동산에서도 다시 위험신호가 나오는 것이다. 고물가시대 그늘이 더 짙어지지 않도록 비상등을 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