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택배 도난사고에도 CCTV 공개 않는 아파트 관리실…공개 권한 있나?

입력 2023-07-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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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열람 대상과 법적 절차

김종현 법무법인 지오 대표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기다리던 택배가 사라졌습니다. 택배 기사님은 분명히 택배를 현관문 앞에 두고 갔다는데 퇴근하고 돌아와 보니 없는 걸 보니 누가 훔쳐간 것 같습니다. 복도식 아파트여서 여러 세대가 많이 드나드는 곳인데 층마다 설치돼있는 CCTV를 열람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관리실에서는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관과 동행해야만 보여줄 수 있다고 하네요. 제가 관리비를 내고 거주하는 아파트인데도 CCTV를 볼 권한이 없나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CCTV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때 CCTV 열람 요청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요청에 법적 근거가 있는지 등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김종현 법무법인 지오 대표변호사와 함께 CCTV 열람 시 법리적인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Q. CCTV 열람 권한도 법에서 정하고 있나요?

A. CCTV와 같은 영상정보처리기기에 의해 촬영되는 영상정보 가운데 개인의 초상, 행동 등과 관련된 영상으로 쵤영되고 있는 개인이 누구인지 식별될 수 있는 개인에 관한 영상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개인정보라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행동과 관련된 영상으로서 해당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영상정보는 개인정보가 되므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것입니다.

Q.중요한 정보가 담긴 CCTV 영상을 어떻게 제공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나요?

A.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보호 및 열람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두고 있을 뿐 개인정보 중 개인 영상정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개인 영상정보에 대한 보호와 열람에 대해서는 각 공공기관, 기업, 단체 등에서 내부적으로 정하게 되는데, 이때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는 표준 개인정보보호지침을 마련해 그 내용 중에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들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위 표준지침 40조에 의하면 영상정보처리기기운영자는 △정보주체에게 동의를 얻은 경우 △정보주체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주소불명 등으로 사전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로서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영상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 개인영상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그렇다면 내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제공받을 수 있겠네요?

A.이 법에 따르면 자신의 영상이 담긴 CCTV의 경우에는 CCTV에 찍힌 당사자가 CCTV 운영자에게 개인 영상정보에 대하여 열람 또는 존재 확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자는 이 요구에 대해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35조 제1항, 제3항 표준지침 제44조 제3항).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Q.택배 도난 순간이 담긴 영상에는 제가 나오지 않을텐데요.

A.자신의 영상이 담기지 않은 CCTV 영상의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개인 영상정보에 한해 열람을 구할 수 있습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35조 제1항 및 제18조 제2항, 표준지침 제44조 제1항).

CCTV가 자신의 집을 찍고 있었다면, 이는 자신의 영상이 담긴 CCTV로 보아 정보의 주체로서 열람을 청구하거나 정보주체의 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개인 영상정보에 해당된다는 점을 근거로 열람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Q.관리실에서는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면 그때 보여줄 수 있다고 하는데요.

A.개인정보보호법상의 정보주체로서 열람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경찰의 동의가 없더라도 열람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당 CCTV 영상에 자기의 모습이 현출되지 않는 등 정보주체가 아닌 경우에는 명시적인 열람청구권이 없으므로 표준지침 40조의 규정에 따라 열람이 허용되는 경우 중 하나인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경찰의 입회하에 열람되는 것이 적법해 보입니다.

Q.관리실은 이 CCTV 영상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해야 하나요?

A.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자는 열람 등 요구를 한 자가 본인이거나 정당한 대리인인지를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의 신분증명서를 제출받아 확인해야 합니다(표준지침 제44조 제3항). 또한 운영자가 열람 등 조치를 취하는 때에는 정보주체 이외의 자를 명백히 알아볼 수 있거나 정보주체 이외의 자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되는 정보주체 이외의 자의 개인 영상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보호조치를 취해야 합니다(표준지침 제46조). 따라서 정보주체나 범죄행위로 의심되는 자의 경우 외에는 모자이크 보호조치를 하고 제공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Q.그래도 요청을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찰에 신고해야하나요?

A.정당한 정보공개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 정보처리기관이 공공기관이라면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정보공개를 명시적으로 청구하면 됩니다. 이를 거부한다면 정보공개거부처분에 대해 취소소송 등 행정쟁송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공개에 응하지 않는 주체가 사(私)인이라면 경찰 신고와 함께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소명해 임의로 공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보관리 주체가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강제수사절차에 따라 법원이 발부하는 압수영장 또는 법원에 의한 증거보전 절차 등을 통해 영상을 제공 받아야 합니다.

법률 자문 해주신 분…

▲ 김종현(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지오 대표 변호사

김종현 변호사는 200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대한법률구조공단과 법무부에서 근무하며 행정법과 형사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현재 법무법인 지오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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