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온, 사상 최고치 경신…엘니뇨에 경기회복·식량안보 비상

입력 2023-07-05 14:17 수정 2023-07-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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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평균 기온 첫 17도 도달
미국, 중국, 영국 등 곳곳서 폭염 피해 발생
유엔, 올해 엘니뇨 공식 선언
“세계 경제 최소 3조 달러 손실 직면”
기후불안에 커피, 설탕, 코코아 가격도 급등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12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머리에 물을 부으며 열을 식히고 있다. 과달라하라(멕시코)/AFP연합뉴스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12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머리에 물을 부으며 열을 식히고 있다. 과달라하라(멕시코)/AFP연합뉴스
지구 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가 엘니뇨 시작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세계 경제회복과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CEP)는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전날 17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2016년 8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인 16.9도를 경신한 기록이다.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프레데리케 오토 선임 연구원은 “이건 축하해야 할 이정표가 아니라 인간과 생태계에 대한 사형 선고”라며 “안타깝게도 이날 기록한 최고치는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엘니뇨가 지구 기온을 더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동태평양 수온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시작은 수온의 상승이지만, 이후 대기와 해양 흐름을 바꾸고 세계 여러 지역에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를 촉발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 기온은 41.8도까지 올랐다. 중국 정부는 올해가 1961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상반기 기준 하루 평균 35도 이상인 날이 가장 많은 해라고 발표했다. 인도에선 극심한 무더위에 빈민가를 중심으로 사망 사고가 여럿 접수됐고 미국 텍사스와 멕시코 북부에선 2주에 걸쳐 열이 대기에 갇히는 열돔 현상이 발생했다. 영국은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을 지냈다.

이런 가운데 유엔 WMO는 엘니뇨가 시작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WMO는 하반기까지 엘니뇨가 지속할 확률을 90%로 제시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엘니뇨 습격은 기온 기록을 깨고 세계 여러 지역과 해양에 극심한 더위를 일으킬 가능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엘니뇨는 세계 경기회복을 위협하고 식량 가격 상승을 촉진하는 요소로도 평가된다. 다트머스대의 연구에 따르면 1982~83년 엘니뇨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 경제 손실 규모는 5년간 4조1000억 달러(약 5320조 원)에 달했다. 1997~98년 발생 이후엔 5년간 5조7000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올해 예측된 엘니뇨 현상으로만 계산해도 2029년까지 세계 경제에 3조 달러의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캘러헌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잠재적으로 최대 10년에 걸쳐 경제 성장을 억제하는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엘니뇨가 없는 세계와 비교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수조 달러의 생산성 손실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량 가격도 문제다. 엘니뇨에 대한 경고가 커지면서 최근 몇 주 새 커피와 설탕, 코코아 가격은 이미 급등하고 있다.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른 식품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졌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에서 “통상 인플레이션은 식품이 소비지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신흥시장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들의 지리적 위치는 기후변화에 더 잘 노출돼 있어 엘니뇨가 일어날 가능성도 더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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