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보복’ 사라진 中소비, 부동산이 관건

입력 2023-07-0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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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소비, 정부가 결정하고 집행
부동산 경기침체 거품 붕괴 진단
정부 개입 줄이고 시장에 맡겨야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는 철통같이 유지하던 제로코로나 정책을 돌연 폐지했다. 백신은 물론 해열제마저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중국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공식 발표로는 적은 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지만, 중국 전역의 화장장은 밤낮 쉴새 없이 연기를 내뿜었고 심지어 아파트 단지에서 시신을 화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깊고 짧은 혼란이 마무리되면 비이성적인 제로코로나의 충격에서 벗어나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당시 대다수 전문가는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최소한 2023년 한 해는 소비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지어 갑작스러운 소비 붐으로 중국 내 물가가 상승하고, 국제 유가가 들썩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3년 동안 닫혔던 지갑을 확 여는 이른바 ‘보복 소비’가 올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데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일부 이벤트에서는 성과가 있었다. 5월 초 황금연휴에서는 관광지마다 사람들이 넘쳐나고, 6월 18일의 쇼핑 페스티벌도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내구소비재를 포함한 전반적인 소비지출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금년 4월의 소비지출은 제로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작년 4월과 비교해서는 18% 증가했지만, 3월보다는 겨우 0.5% 늘어났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5.5%에서 5.2%로 낮췄다.

중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는 경제성장에서 민간의 역할이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투자도 소비도 정부가 결정하고, 처리한다. 올해 1분기 정부부문의 투자는 10% 증가했지만, 민간투자는 고작 0.6% 늘어났다. 중국은 경제 규모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인구는 인도와 함께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하지만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이 38%, 미국과 인도는 각각 68%와 59.6%로 큰 차이가 있다(2021년 기준). 구조적으로 중국 경제에서 소비의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올해마저 중국 소비자들이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를 분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중국인들이 코로나 봉쇄로 의도하지 않은 저축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금융자산이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두 효과가 상쇄되었다. 2022년 중국 가계의 신규 저축액은 17조800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1.8배나 증가했다. 원래는 이 돈이 보복 소비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작년 초부터 침체돼온 부동산경기는 여전히 반등 기미가 없고 오히려 거품 붕괴의 초기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이코노미스트 6월 22일 자).

둘째, 일부 지방정부의 돈이 바닥나면서 공공부문 종사자의 소비가 얼어버렸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은 원래부터 좋지 못한 편이다. 지난 수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공공사업을 많이 벌인 데다 대규모 방역에도 큰 비용을 지출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는 결정타를 먹였다. 부동산 개발을 통해 세수를 확충해야 하는데, 여기저기에 짓다가 만 아파트가 널려있으니 개발사업이 잘될 수 없다. 2020년도 중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미국이나 유럽과 비슷했지만(290% 초반), 작년에는 그 비율이 중국은 296%로 상승했고, 미국과 유럽은 268% 내외로 하락했다. 또한 지방정부의 3분의 2가 중국이 자체로 정한 부채비율(미상환 부채를 세수의 120% 아래로 유지)을 충족하지 못했다. 재원이 부족한 일부 지방정부는 공무원에 대한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교사 급여도 제 날짜에 지급하지 못했다고 한다(뉴욕타임스 5월 28일 자). 미래가 불안하면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다.

종합하면 보복 소비가 사라진 1차적 원인은 부동산경기의 침체다. 그렇다면 중국이 부동산 부양정책을 사용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며칠 전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조금 내렸다. 도시 거주자가 좀 더 쉽게 아파트를 사게 하는 정책을 마련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앞장서서 성장의 장애물을 처리해왔다. 투자가 부족하면 정부투자를 늘리고, 소비가 부족하다고 하면 정부 소비를 늘리는 식이다. 그 결과 과도한 부동산 개발로 지방재정이 나빠지고, 부동산자산 가격이 하락했다. 부동산경기 침체의 원인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있다.

시장경제 국가라면 위기 국면에서 재정 건전성 확보, 기술혁신, 친기업 정책 등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교과서적인 정공법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는 그들의 과거 경험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지금까지 해온 그 방식 말이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을 국내 소비 활성화로 풀어보려는 중국에 또 하나의 힘든 과제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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