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법 11년간 수수료 인상 전무
정치권 입김, 수익성 악화 부채질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앞두고 카드업계에서는 ‘수수료 인하’ 압박이 재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수수료 인하’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선거 때마다 카드수수료 인하는 정치권의 단골 공약이었다. 이 때문에 카드사는 본업인 카드수수료 부문에서 수익성을 찾는 대신 카드론 등 비결제 사업인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3분기 중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안 논의 결과를 발표한다. 당국은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 원가 분석을 바탕으로 우대 가맹점의 수수료를 조정하는 절차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여신금융전문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표면적으로는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카드업계의 의견도 반영하도록 돼 있지만, 지금까지는 사실상 수수료 인하의 명분으로 전락했다. 도입 11년째인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수수료율이 인상된 적은 없다.
제도 도입 이래 4차례 수수료 조정으로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는 4.5%에서 0.5%로, 연 매출 3억 원 이상 30억 원 미만 소규모 가맹점의 수수료는 3.6%에서 1.1~1.5%로 각각 낮아졌다. 다음 재산정 시점은 내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정부가 개입해 카드수수료를 인하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소상공인 표를 의식해 수수료율 인하 공약을 내놓고 당국도 정치권 입맛에 맞는 정책만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카드업계에서는 그동안 적격비용이 재산정될 때마다 수수료율이 인하돼 실적이 악화하는 만큼 수수료율 조정 주기를 5년 단위로 늘려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안을 건의해왔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면서 카드사들은 본업인 카드수수료 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신용카드사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영세, 중·소상공인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현재 전체 가맹점 약 310만 곳 중 96%에 달하는 298만 곳에 원가 이하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 중이다.
결국 카드사들은 수수료 대신 카드론 등 대출 확대 등 비결제 사업 부문 강화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사 8곳의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잔액은 각각 6조3500억 원, 32조99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현금서비스는 1.4%, 카드론은 2.7%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수수료 수익 대신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며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자칫 연체율이 높아져 건전성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