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8년 만에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교환 방식은 비상 시 일본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29일 일본 재무성에서 열린 제8차 재무장관회의에서 2015년 2월 이후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를 복원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사전에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오는 금융 계약을 말한다. 달러 등 안정적인 통화를 보유한 국가와 스와프를 맺어 외환위기 사태와 같은 유동성 위기 등에 대응하고,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통화스와프는 2015년 2월 종료 당시와 같은 100억 달러(미 달러화) 규모로 체결됐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이 원화를 맡기면 일본은 달러화를, 일본이 엔화를 제공하면 한국도 달러화를 빌려주는 형식으로 협정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간 한국은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맺을 때 원화와 엔화를 교환하거나 원화를 제공하고 엔화와 함께 달러화를 빌려오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날 전액 달러 방식의 통화스와프가 체결됨에 따라 우리로서는 비상 시 달러 확보가 더 수월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 부총리는 "이번 통화 스와프 체결은 올해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빠르게 회복돼온 한일관계가 금융협력 분야까지도 복원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성과"라며 "또한 양국간 유사 시 상호 안전장치를 제공함과 동시에 아세안+3(한중일) 등 역내 경제 및 금융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날 양국 장관은 세계경제 회복력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대응을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 지속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양국은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분절, 팬데믹 위협, 개도국 채무 및 금융변동성 확대와 같은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로 상호 공조하기로 했다.
조세·관세 협력 방안 등도 논의됐다. 양국은 주요 20개국(G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자 협력채널에서 논의 중인 국제조세 관련 사안에 대해 원활하게 협의할 수 있도록 한일 세제당국 간 실무협의체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교역환경 조성 등을 위해 2016년 이후 중단된 관세청장회의도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정책금융기관인 한국 수출입은행과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이 제3국 공동진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MOU 내용은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제3국 인프라 프로젝트 개발 지원, 경제안보 및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급망 구축 지원, 글로벌 탄소중립 이행 지원 등에 대한 협력이다.
양국 장관은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 하며 내년 한국에서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