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가격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나에 10만 원이 넘는 햄버거가 있는 반면 두 개에 5000원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좋아지기 전에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9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두 개에 4990원인 햄버거 ‘당당버거’를 출시했다. 외식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고객들이 자주 찾는 먹거리의 가격을 낮춰 식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게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반면, 영국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고든램지 버거의 경우 햄버거 단품이 3만 원대다. 패티에 한우를 사용한 ‘1966 버거’는 14만 원에 이른다. 최근 국내에 상륙한 파이브가이즈 버거 역시 햄버거 세트 평균 가격이 2만 원일 정도로 고가다.
식품 가격의 양극화는 햄버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간편식 시장도 프리미엄과 저가 브랜드로 양극화되고 있다.
하림의 스트릿푸드 브랜드 ‘멜팅피스’의 간편식 가격은 경쟁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튀김류는 7000~1만2000원, 함박까스는 1만2000~1만6000원이다. 경쟁사인 동원의 리얼통살새우까스는 동원몰에서 9400원에 판매한다. 하림 측은 식재료를 고급화한 프리미엄 제품이어서 고가인 편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대형마트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PB 간편식을 앞세우고 있다. 홈플러스의 PB 제품인 홈플러스시그니처 간편국수 3종은 1000원이다. 이마트의 대표 브랜드인 ‘노브랜드’는 현재 1500여 개 상품을 운영 중이고 롯데마트 역시 간편식 PB 제품인 ‘요리하다’를 리뉴얼해 저가 경쟁에 합류했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은 ‘2023년 주목할 외식 트렌드’ 키워드로 ‘양극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소득 격차에 따른 소비 양극화뿐 아니라 한 사람이 짠테크와 플렉스 성향을 동시에 갖는 게 특징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재 시장은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소비를 줄여야 하는 만큼 기능성을 강조하는 상품은 저렴한 것을 구입하고, 자신에게 주는 선물의 개념으로 일부 상품은 프리미엄을 산다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만큼 가처분 소득이 줄어도 한 번 쯤은 자신에게 선물을 주게 돼있다. 프리미엄급 시장의 브랜드가 여기에 포함된다”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중저가 브랜드는 없어진다”고 말했다.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제품은 써도 되고 안 써도 되는 ‘선택제’”라며 “선택의 영역이 되면 개인에게 맞출 수밖에 없고 프리미엄부터 저가까지 한 번에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 양극화가 생기며 프리미엄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기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브랜드만 보고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식품의 위생‧영양같은 품질 경쟁은 하지 않고 보이는 것에만 기업들이 집중하게 되지 않을까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