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최저임금’ 소모적 갈등 끝내자

입력 2023-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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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다른 기준…노사불신 커

전문가·공익성 살려 위원회 짜고

객관적 결정 기준부터 만들어야

최저임금위원회에 임하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전략은 올해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서로 자신들의 사정이 절박하다며 터무니없는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다. 결정시한(6월29일)이 다가왔지만 노사가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률 격차는 26.9%포인트에 달한다. 노동계는 26.9% 오른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한 반면 경영계는 아예 동결로 대응했다.

노사 모두 그럴듯한 근거를 대고 있다. 노동계는 “글로벌 초인플레이션과 정부발(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노동자의 삶이 벼랑 끝에 놓여 있는 만큼 노동자의 기본적 삶을 위해 최소한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빨간 머리띠를 두른 채 천막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경영계도 정상적인 협상 전략으로는 노동계의 기세를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연일 여론전을 펼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저임금이 1만원(3.95% 인상)이 되면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사라질 수 있다”고 하소연했고 소상공인들은 “현행 최저임금 수준이 이미 많이 올라 지불능력이 한계상황에 몰려 있다”며 임금동결 불가피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노사의 이러한 주장들은 지난해 최저임금 도출을 위해 사용한 계산법을 적용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산출해 보면 크게 과장됐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다. 즉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6%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3.5%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0.36%를 빼면 2024년도 적정 최저임금 인상률은 4.74%가 나온다.

여기서 취업자 증가율을 빼야 한다는 친(親)노동학자들의 주장을 수용해 계산한다 해도 적정 인상률은 5.1%가 된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이보다 21.4%포인트나 높게, 경영계는 5.1%포인트나 낮게 인상률을 제시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무엇보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가 일관되지 않고 그때그때 달라지자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공익위원 9명이 제시하는 중재안으로 결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처음부터 과도한 요구율을 내놓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앞두고 노사가 서로 터무니없는 인상률을 요구하며 극렬한 대결전을 펼치는 나라는 대한민국 빼놓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저임금법에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해마다 최저임금 결정의 기준은 정권의 성격과 정치적 분위기, 경제 상황,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다 보니 객관적인 최저임금 인상안을 도출하기 어렵고 외부 요인에 따라 인상률이 널뛰는 양상이다. 예컨대 2021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에는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합하고 여기에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을 더해서 결정했다. 2019년도 최저임금에는 협상배려분이라는 희한한 기준을 등장시켰고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임금 감소분도 고려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 첫해 최저임금 결정 때는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 경제지표는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오로지 노동소득분배율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과 격차 해소가 관심거리였다.

2018년도 최저임금이 16.4%라는 초유의 인상률로 결정된 것은 정권의 눈치를 본 공익위원들이 경제지표보다 정권의 정책 이데올로기를 더 중시한 때문이었다.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결정한 과도한 임금인상으로 인한 대가는 컸다. 저소득층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고, 기업들의 경영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등 심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에 대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고 생활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경제 성장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최저생활을 할수 있는 최저생계비를 도출하는 선에서 합리적 방식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최저임금결정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노사 당사자는 배제하고 노사가 추천한 전문가와 공익위원들로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하고 예측가능하고 객관적인 결정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줄이고 저임근로자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안정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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