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원고 전부 승소”…전체직원 10명 중 한 명꼴 ‘체불’
해외근무수당, 통상임금에 포함…시간외수당 잘못 산정
‘수당 차액+지연손해금’ 파견 직원들 청구금 전액 인용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재직 중인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300억 원대 통상임금 소송’ 1심 재판에서 완승을 거뒀다. 법원은 원고 측이 밀린 임금을 돌려달라며 청구한 308억여 원을 전부 인정한 반면, 해외근무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한수원 주장을 배척했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정현석 부장판사)는 한수원에서 근무 중인 근로자 A 씨 등 1173명이 사 측을 상대로 낸 체불 임금 지급 청구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인사처가 집계한 올해 3월 말 기준 한수원 총 임직원 수는 1만2581명으로, 전체 직원 10명 중 거의 한 명꼴로 임금이 밀린 셈이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와 원자력 발전소 건설 관련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한전은 해당 사업 수행을 위해 한수원과 ‘UAE 원전 공동사업 관리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이에 A 씨 등은 인사 명령에 따라 UAE에서 해외 근무를 하게 됐다. 이들은 UAE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에서 발주자 요청 용역 업무를 하는 등 한전의 공동사업본부에서 건설분야 기술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원고들은 한수원의 직원 연봉 규정 등에서 정한 보수와 별도로 매월 해외근무 수당을 현지 화폐인 디르함(AED)으로 지급받았다.
원고 측은 "이 사건 해외근무 수당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서 해외 근무를 수행한 모든 근로자들에게 일률적, 정기적, 고정적으로 지급됐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그런데 한수원은 해외근무 수당을 제외한 채 통상임금을 산정한 후 원고들에게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해외근무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산정한 시간외 근로수당과 기지급한 시간외 근로수당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3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 측은 "이 사건 해외근무 수당은 해외에서의 생활비를 보전해주는 체재비, 실비변상적 급여로서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해외근무 수당에는 시간외 근무수당, 야근근무 수당, 휴가보상금 등이 포함돼 있으므로 소정 근로의 대가로 볼 수도 없어 통상임금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또한 "공동사업본부 근무 직원들의 경우 피고가 아닌 한전에서 이 사건 해외근무 수당을 지급해 왔으므로 피고(한수원)에게는 그 지급의무가 없다"면서 "취업규칙 등 피고의 내부 규정에도 공동사업본부 근무 직원들에 대한 해외근무 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 등에게 지급되는 해외근무 수당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이라며 "실비변상적 체재비로 볼 수 없고, 임금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나아가 "이 사건 해외근무 수당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이 사건 해외근무 수당, 시간외 근무수당을 포함한 임금 지급 의무는 한전이 아니라 한수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근무 기간 동안 한전의 업무 지시에 따라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기술지원을 하라는 한수원의 사전적ㆍ포괄적 지시가 포함돼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해외근무 수당은 피고에게 지급 의무가 지워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 측의 300억 원대 청구 금액을 모두 인용, 이들에게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