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희미한 빛줄기

입력 2023-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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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점심 식사 자리에서 한 선배가 “벌써 한 해의 반이 지나가네”라고 말했다. 새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상반기의 마지막으로 다가가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는 고난의 터널 속에 있다. 나름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언제쯤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예상한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은 1%대 후반이었지만 1%대 중반 성장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작년 전망한 올 상반기 수출액은 약 3250억 달러인데 3000억 달러를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수출 감소율은 작년 한 자릿수 전망과 달리 두 자릿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우리 수출과 경제의 회복을 단언하긴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제조업 전문가들이 제조업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산업연구원은 제조업 전문가 약 16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 제조업 6월 현황과 7월 전망을 25일 발표했다. 100(전월 대비 변화 없음)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증가(개선), 0에 가까울수록 감소(악화)를 의미하는 설문조사다.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 6월 업황은 102를 기록하며 5월(100)에 이어 2개월 연속 100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7월 업황 전망치도 104를 기록하며 5월(101), 6월(104)에 이어 3개월 연속 기준치를 넘겼다. 우리 제조업이 점차 살아날 것이란 분석이다.

6월 업종별 업황을 보면 디스플레이 127, 자동차 115로 높았으며 조선(106), 반도체(105), 가전(100), 화학(100), 바이오·헬스(100) 등이 100 이상을 기록했다. 7월 업종별 전망 업황은 반도체(119), 디스플레이(114), 휴대전화(113) 등에서 큰 개선이 예상된다. 여기에 철강(108), 자동차(106), 조선(106), 바이오·헬스(105) 등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며 업종별 개선으로 수출지수도 6월 현황은 107, 7월 전망은 111이 나왔다.

정부도 하반기 수출 플러스에 사활을 걸었다. 수출기업 10만 개사 달성을 목표로 중소·중견기업 유형별로 맞춤형 수출 기업화를 위한 지원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중견기업 특화 무역금융을 올해 33조 원으로 확대하고, 2027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중견기업 도약지원 펀드를 조성하고 하니 이 부분도 기대된다.

수출구조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도 구축해 우리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 식품·화장품·의약품 등 소비재와 스마트 팜 수출확대 방안을 마련한다. 특히 11.8%인 소비재 수출 비중을 2027년까지 18%로 끌어 올리겠단 복안이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감소 폭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수출이 이른 시일 내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에 속한다. 제조업은 수출의 근간이고 수출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다. 하반기 제조업과 수출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빛줄기가 터널의 끝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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