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기업 JSR의 매수를 추진한다.
일본 정부가 만든 산업혁신투자기구(JIC)가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재)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국 업체인 JSR를 인수,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JSR는 일본 증시에 상장된 JSR 주식 100%를 JIC가 공개매수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JSR는 JIC의 공개매수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JIC는 공개매수에 9000억 엔(약 8조2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JSR 주식은 상장 폐지될 전망이다.
이번 주식 공개 매수는 반도체 소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JSR을 비상장사로 전환, 적극적인 투자가 용이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주식 공개매수는 12월 하순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JSR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 세계 점유율 1위 업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정하고 잇따라 반도체 산업에 거액의 지원을 하고 있다.
JIC는 일본이 지난 2018년 신산업 육성을 위해 출범시킨 펀드로, 도요타자동차, 소니 등 민간 기업도 일부 출자했지만 대부분의 자금을 일본 정부가 대고 있다.
도쿄증시에서 JSR의 시가총액은 현재 6700억 엔 수준이다. 50%에 이르는 프리미엄을 얹어 3300억 엔이나 비싼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다. 닛케이는 “JIC는 JSR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매수액을 높게 설정했고 이례적으로 공개 입찰 대신 직접 협상을 진행했다”고 했다. JIC는 올해 JSR 공개 매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장폐지할 계획이다.
일본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 한국·대만보다 지정학적으로 안정됐다는 강점을 내세워 2021년부터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반도체 부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980~1990년대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공장과 연구소를 유치했고, 도요타·소니·소프트뱅크·NTT 등 자국 대표 8대 기업을 뭉쳐 첨단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도 세웠다.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확충해 2027년까지 삼성전자와 TSMC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이다. 다음 달 23일부터는 자국 반도체 핵심 장비·소재 23품목 수출 시 경제산업상(장관)의 허가를 의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