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작년 신청자의 절반 넘어
빚 갚으려 빚내는 청년 142만명
“국가가 구제를”vs“도덕적 해이”
코로나19 이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로 대표되는 투자 열풍에 뛰어든 2030 청년세대의 상당수가 빚더미에 신음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가상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한 이들은 시장 침체와 급격히 오른 금리에 하루하루 이자 갚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사회에 첫발을 떼기도 전에 부채로 미래를 저당 잡힌 것이다. 청년층의 빚 부담이 단기간에 완화되기 어려운 데다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집중적인 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신복위 채무조정제도 신규 신청자 6만3000여 명에 달했다. 이 중 20~30대는 2만2000여 명으로 35.4%를 차지했다.
특히 20대 신청자가 급증 추세다. 20대 신청자는 2020년 1만4125명에서 2021년 1만4708명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1만7263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1~4월 신청자 중 20대는 8043명으로, 4개월 만에 지난해 신청 인원의 절반을 따라잡았다.
30대 신청자도 지난 한 해 동안 3만1202명으로 전년 대비 19% 늘었다. 올 1~4월 신청자는 1만4345명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지난해보다 신청 인원이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신복위의 채무조정은 연체기간에 따라 최장 10년(담보 35년) 동안 빚을 갚아나가면 이자와 원금을 탕감해주는 제도다.
윤 의원은 “20·30대가 학자금대출 등 사회 진입에 앞서 빚을 지우는 사회구조와 자산가격 폭등과 폭락을 겪으며 무리한 투자에 따른 손실을 입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내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다중채무자 수는 141만9000명으로 이들의 대출 잔액은 157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이를 뜻한다. 다중채무자 수는 지난해만 6만5000명이 늘었지만, 대출 잔액은 1년 전과 비교해 2000억 원이 증가한 데 그쳤다. 의원실은 기존 채무 변제와 이자 지급을 위한 신규 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신용도가 낮고 담보가 충분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1금융권 대출은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나 불법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대비 작년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연령대별 취약차주에서 20~30대의 증가 폭이 51.6%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생계비 대출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중채무자와 저신용 청년들을 위한 정책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개인의 채무를 회생이나 파산을 통해 국가 세금으로 구제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다. 특히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로 인한 채무를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대출기관과 대출자의 사인 간의 거래를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