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처럼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최근 기억은 사라지고 젊은 시절 기억만 남은 사람, 사전이나 달력을 통째로 외우지만 다른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물건은 알아보지만 사람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증 환자부터, 일반인들과 완전히 격리될 정도로 중증의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들까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정말 이런 사람이 있어?’ 하는 신기함과 함께 우리는 삶에서 만난 이상했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이 책 속의 환자들은 이상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보는 저자 올리버 색스의 눈은 따스합니다. 환자들이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성장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어쩌면 제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났던 괴팍한 성격을 가진 어르신, 돌발 행동을 했던 청소년, 자신의 감정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중년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관심과 배려가 필요했던 사람이였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어쩌면 책 속 환자가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뇌 손상이 몸 전체의 기능에 영향을 끼치고,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이상한 사람들을 어떤 눈으로 보아야 할까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으면서 ‘세상에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사람들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40대 여성으로, 두 아이의 엄마이고, 15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19년 동안 사회복지사였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하루 한 권 책읽기를 10년째 하고 있는 워킹맘이다’는 말만 해도 ‘어떻게 직장을 다니고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 한 권 책읽기를 할수 있지?’라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습니다. “어떻게 사회복지사에서 작가가 되었냐?”는 질문에 책을 읽다 보니 책이 쓰고 싶어져서 썼고, 어쩌다 보니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지금은 전업 작가가 되었다는 말을 해도 또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어떻게 사회복지사가 되었냐?”라는 질문에 어린 시절에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살았고 입양된 양부모에게 아동학대를 받았고 트라우마를 이겨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사회복지사 되었다는 말에도 저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제가, 여러분 눈에는 정상인가요? 비정상인가요? 저는 저를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상식에서 벗어난, 사회 통념에서 벗어난 이상한 삶을 살고 있다고 판단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이트가 말하길 “정상이란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증”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람들을 보는 눈 자체가 비정상인 것은 아닐까요? 프로이트가 말한 대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는 모두 정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