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품앗이 제도화로 농촌생활 편의 제공

입력 2023-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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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 문제가 화두다. 많은 지역이 인구가 감소go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도 있다. 정부도 최근 범부처추진단을 출범시키며 비상대응에 나서고 있다. 농촌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농촌은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농촌은 50%다. 농촌 주민 두 명 중 한 명은 고령 노인인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 돌봄 등 사회서비스의 도움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농촌에는 이러한 사회서비스뿐만 아니라 음식점, 미용실, 목욕탕과 같은 생활 편의시설도 도시에 비해 부족한 현실이다. 농촌은 생활이 불편해서 인구가 줄고, 인구가 줄어서 이용고객이 줄어드니 편의시설이 줄어들고, 그러다보니 인구 유입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러한 농촌의 악순환 문제를 지역 주민들의 자구 노력으로 해결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충남 홍성의 '함께하는 장곡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사회적 농장이 중심이 되어 지역의 10여개 단체가 주민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거노인의 집에 반찬을 나누면서 어르신의 안부를 살피기도 하고, 공동빨래방을 운영하면서 개별 세탁이 어려운 이불빨래 세탁을 공동으로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생활공예활동, 치매예방 교육, 주거 안전교육 등 농촌지역에 부족한 서비스를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면서 농촌 사회 발전의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한 농촌 공동체의 노력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법 제도 정비를 통한 지원이다. 기존 '농어업인삶의질법'을 통해 지원이 가능하지만, 현재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힘든 농사일을 서로 돕는 전통문화인 '품앗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법률이 시행되면 전문인력 육성, 경영체에 대한 컨설팅 지원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어 장곡면과 같은 우수사례가 전국에 확산될 수 있다.

둘째, 예산사업을 통한 지원이다. 농식품부는 주민주도의 생활서비스 제공 주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8년부터 사회적 농업 조직을 육성했고, 올해는 사회농장 92개소를 선정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에게 돌봄·교육·일자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농촌의 다양한 주체들이 연합해 각종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서비스공동체'를 육성하고 있으며 올해 30개소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또 농촌 주민들과 귀촌인들이 힐링하면서 거주할 수 있는 농촌돌봄마을도 조성하고 있다. 돌봄마을이 조성되면 장애인, 고령노인 등 취약계층이 치유농업 활동 등을 하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 증진의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전남 화순군, 경북 성주군, 충남 홍성군에 돌봄마을을 조성 중이며, 2027년까지 9개소를 조성할 계획이다.

셋째, 공동체 조직 간의 네트워킹 지원이다. 농촌 지역 서비스공동체와 사회적 농장을 중심으로 보건의료, 생활복지, 교육문화 관련 기관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농촌 경제·사회서비스 활성화 전국지원기관과 지역지원기관을 지정해 공동체 조직 간 네트워킹 구축 및 서비스 제공 주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물이 반 잔 차있는 물컵을 바라보는 2가지 시각이 있다. 물이 반밖에 없다는 부정적 시각과 반이나 있다는 긍정적 시각이다. 농촌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을 소멸위험지역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저밀도경제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 저밀도경제로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농촌에 맞는 일자리 창출, 디지털 기술 활용 등 해야할 과제가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자급하는 노력을 정부와 민간 분야가 같이 해야할 시점이다. 주민 공동체가 생활돌봄서비스 제공을 통해 지역 주민들을 보살피고, 때로는 도움을 받으며 함께 어울려서 살아갈 때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도시민들도 찾아올 수 있는 매력적인 농촌이 될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의 품앗이 문화가 다시 활성화돼서 농촌을 재생 시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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