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청년층 가입자 4명 중 1명은 연 최고 10%대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을 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금리에 출시 당시 가입 신청이 폭주했을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이 적금을 중도에 해지한 청년이 70만명에 육박했다. 고금리, 물가상승 여파 속에 삶이 팍팍해지자 목돈 마련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21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제출한 청년희망적금 운영 현황에 따르면 해당 상품이 출시된 지난해 2월 당시 최초 가입자는 289만5546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중도 해지자 수는 68만4878명(23.7%)에 달했다. 가입자 4명 중 1명꼴로 중도 이탈한 것이다.
소액일 수록 해지율이 높았다. 10만 원 미만 납입자의 중도 해지율이 49.2%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만 원 이상~20만 원 미만 48.1% △20만 원 이상~30만 원 미만 43.9% △30만 원 이상~40만 원 미만 40.3% 등의 순이었다. 납입 한도인 50만 원을 꽉 채워 납입한 청년들의 경우 중도 해지율이 14.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나이가 어린 청년층에서 중도 이탈자가 많았다. 가입 하한 연령인 만 19세의 해지율이 27.9%에 달한 반면 상한 연령인 만 34세는 21.2% 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시한 청년희망적금은 총급여 3600만 원 이하 만 19~34세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만든 정책 금융 상품이다. 만기 2년 동안 매달 50만 원 한도로 납입할 경우 정부 지원금(저축 장려금)까지 합쳐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당시 정부는 가입자 규모를 38만 명으로 예측했으나 30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가 몰렸다. 연 10%대의 고금리 메리트가 제대로 통한 것.
하지만 고물가·고금리에 저축 여력이 줄고 지출 변수가 많은 20·30 세대의 급전 수요가 맞물리며 적금을 깨는 청년층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36만 원의 정부 지원금이 만기 시 한꺼번에 지급되는 구조라 매달 쌓이는 이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측면도 중도 해지율을 높였다는 시각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석열 정부가 최근 출시한 청년도약계좌의 중도 해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5년 간 매달 70만 원 한도로 적금하면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 등을 더해 5000만 원가량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금융당국은 청년도약계좌 적금 유지율 목표치를 70%대 중반으로 잡고 있다. 또한 청년적금처럼 중도해지 비율이 높아지지 않도록 추가적인 적금 유지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