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구매계약(PPA) 전용 요금제의 도입 시기를 늦추고 적용기준도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산업계에서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상의회관 의원회의실에서 ‘PPA 요금제 이슈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 기업들은 “PPA 요금제는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가로막고 있어 유예가 아닌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PPA는 기업이 전력을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달 말까지 시행 시기가 유예된 PPA 요금제는 내달 1일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PPA는 장기간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물량을 확보하는 수단이므로 앞으로 PPA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와 같이 재생에너지 조달 여건이 불리한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 대만이 오히려 PPA 활성화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2020년부터 PPA 발전설비 비용의 3분의 1을 보조해주고, PPA 발전사업자의 전력 시장가격 보조금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대만은 대·중소기업 구분 없이 재생에너지 발전기업의 망 이용료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에 따라 지원해주고 있다.
전요한 오스테드코리아 팀장은 “대만 TSMC와의 PPA 체결과정에서 대만의 망 이용료 지원제도가 궁극적으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에 대한 원가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한국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고려한 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조 KEI컨설팅 상무는 “한전은 PPA 고객의 부족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앞으로 PPA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부족 전력 공급원가를 회수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내 PPA 제도가 도입 초기임을 고려해 한전의 공급원가 변화 수준뿐 아니라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감안한 적용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도창욱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실장은 “경북 구미의 한 기업은 올해 상반기 전기요금이 상승하면서 요금이 연간 28억 원 늘었는데 PPA 도입 시 전기요금이 1억5000만 원 추가 상승할 것으로 검토됐다”며 “해당 기업의 작년 영업이익 전체에 상당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김현선 LG이노텍 팀장은 “PPA 제도 불확실성이 커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시장참여가 어렵다”며 “한전의 PPA 요금제 향방이 빨리 결정돼야 하고 기존 계약에 대한 소급 적용 방지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원 한국전력 부장은 “PPA 고객에 대한 고정비 회수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 부담을 일반 고객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한전 입장도 있다”며 “조만간 PPA 전기요금 적용방안을 확정할 예정인데 오늘 토론회에서 PPA 제도에 대한 기업 얘기를 충분히 듣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만큼 결정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PPA는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미래 예측에다 계약단가, 방식 등을 따져야 하는 부담이 큰데 전기요금까지 높이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글로벌 기업의 요청 등으로 재생에너지를 써야 하는 기업 현실을 고려해 한전이 합리적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