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한 법 개정을 당 차원에서 우선처리 법안으로 정해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당정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 지도부에서 산은 이전과 관련된 법 개정을 직접 챙기겠다. 우선처리 법안으로 정해서 더불어민주당과 직접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뚜렷한 반대 이유도 얘기하지 않고 무작정 법안 심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산 시민의 기대와 염원이 너무 크고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안"이리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은행에서는 이전 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직원들이나 부산 시민 등 관련된 분들의 의견을 잘 녹여내서 아주 짜임새 있는 계획을 만들어 민주당을 설득하고 부산 시민들께 보고를 드리도록 했다"며 "금융위원회도 적극적으로 산은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부산시 의원들도 시민들의 뜻 받들어서 부산 시민들의 의견을 국회 입법 과정에 잘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2022년 1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채택한 뒤 같은 해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지난달 3일 금융위원회에서 국토교통부로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제출했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이날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됐다.
다만, 부산 이전이 실현되려면 행정절차와 별개로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한 산은법의 국회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현행 산은법 제4조는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여당에서는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두도록 하는 내용의 산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어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정 목표의 핵심과제 중 하나"라며 "산은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이 아니다. 지역의 새로운 투자를 촉진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 전반에 활력 만드는 경제 선순환을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산은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문을 지난달 3일 발표했고, 산은은 계획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산시도 민관정 협력전담팀을 구성해 구체적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원내대표는 "현재 산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 산은 노조가 반대 투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해도 고객과 직원들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도록 발생 가능한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철저한 계획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이전 계획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등 야당 의원 14명은 '한국산업은행 이전의 정상적 절차 준수 권고 결의안(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은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의 수립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여러 행정주체 간, 지역 간, 노사 간 갈등 유형을 분석해 공공기관 이전의 사전적 절차 정당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법률 자문한 바에 따르면 산은법 개정이 완료되기 전에 혁신도시법에 따라 지방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더라도 관련법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며 "산은법 개정은 못 하게 막으면서 정부가 사전준비 행위인 행정 절차까지 못 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며 "법안 상정은 안 해주면서 전체회의에서 산은 이전을 법대로 추진하라는 결의안을 내라고 한다. 표를 의식해서 겉으로는 도와주는 척하고 뒤로는 법안 상정 자체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지역에서도 신성장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산은은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직접투자 및 간접투자를 담당해온 만큼 지역의 신성장 산업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부산 이전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남권을 두 개의 날개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구상으로 추진됐다"며 "반대하는 야당과 직원이 있지만 잘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