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이라도 사회적 가치나 평가 침해하지 않는다면 무죄
공직 후보자 자녀도 '공적 인물'에 해당…비판ㆍ의혹 제기 감수해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포르쉐를 탄다고 주장했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전·현직 출연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공적 인물'의 범위에 관한 논쟁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20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조민)가 당시 외제차를 운행한 사실이 없음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외제차의 운행 사실 여하가 피해자의 주관적인 명예감정을 넘어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비록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허위의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위 법률상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를 이 사건에 대입해보면, 설령 외제차 운행 사실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외제차를 탄다"는 발언 자체가 조 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은 공인인 조국의 법무부장관 후보자로서의 자질, 재산형성 등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뤄진 것으로서 그의 가족인 피해자에 대한 외제차 운행 여부에 관한 의혹 제기 역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며 "공적 관심사와 관련해서 피해자 또한 단순한 사인에 불과하다기보다는 공적 인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조 씨가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자녀였기 때문에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공적 인물에 관한 폭넓은 비판과 의혹의 제기는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은 실질적으로 공인인 조국의 청렴성에 관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이 사건 발언으로 인해 타인으로부터 '사치스러운 경향이 있다'는 인식을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표현 자체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하는 행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은 외제차를 구입할 능력이 조 씨에게는 없고, 그 능력이 조 전 장관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셈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발언이 조 전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는 있지만, 조 씨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긴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양태정 변호사는 "청렴성이 중요한 공직자의 가족이 사치스러운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는 표현은 해당 공직자나 그 가족의 명예를 사회적으로 훼손할 발언에 해당함에도 이를 부인한 판결에 의문이 있다"며 "검찰이 항소해 항소심 재판부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가세연 전·현직 출연진들은 2019년 8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주차된 포르쉐 차량 사진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조 씨가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닌다"는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