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가격·품질 등에서 사활건 경쟁
정부·기업 일체돼 세계 공략 나서야
향후 10년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성장산업으로 반도체와 함께 배터리가 거론되고 있다.인공지능( 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소재인 반도체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 배출억제를 위해 재생에너지원으로서 배터리를 장착하는 전기자동차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2035년 유럽을 필두로 주요국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시장정보업체인 IHS는 2025년께 이차전지 시장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이 2021년 297GWh에서 매년 28%의 고성장을 보여 2025년에는 1400GWh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도 최소 1012만 대 ~ 최대 1963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고성장을 보이는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은 화학뿐만 아니라 기계, 전자 등 여러 분야의 기술 간 협력을 요구하고 있고 연관 산업 또한 다양해 잠재적 고용효과가 큰 산업이다. 차종과 배터리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배터리는 현재 자동차 가액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공급의 증가에 따라 그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원료광물의 채굴, 정제, 가공 →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의 생산 → 배터리 팩(pack: 낱개 배터리인 셀을 묶은 것) 완성의 3단계로 이뤄진 산업이다. 가치사슬의 측면에서 보면 광업, 화학산업과 충전소 등 인프라산업이 결합된 복합산업적 측면이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원료광물 조달과정에서의 환경파괴 최소화와 화재위험을 낮추고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혁신, 그리고 무게, 비용 절감 등 생산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산업이다. 상품특성으로 보면 반도체와 달리 가격 대비 부피와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주요 수요시장과 가까운 곳에서 현지 생산이 필요한 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지닌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가치사슬의 단계별 관리과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원료광물의 조달가능성과 비용 문제다. 우리 기업의 주력상품인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경우 비싼 원료광물인 코발트를 대체할 수 있고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와 함께 핵심 원료광물의 중국 의존을 줄이는 것이 탈리스크(de-risking)를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된다.
배터리 생산방식으로 우리가 채용하고 있는 NCM, NCA(A: 알루미늄) 방식은 에너지밀도가 높고 무게가 덜 나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재 위험이 높고 생산단가 또한 높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주요 경쟁상대인 중국의 CATL이나 BYD가 생산하는 LFP(리튬-인산철) 방식은 화재위험이 없고 단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으나 에너지밀도가 낮아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생산분야에서의 경쟁력은 누가 기술개발을 통해 화재위험과 생산단가를 낮추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느냐, 즉 경쟁기업과 생산기술의 초격차를 만들어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판단된다.
한때 40~50%까지 차지했던 전기차의 배터리가격 비중이 공급 과잉과 기술 혁신으로 2020년 이후 생산되는 모델의 경우 절반가량으로 떨어져 공급되고 있다. 배터리산업이 에너지밀도가 높은 고품질의 안전한 배터리를 얼마나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 즉 높은 가성비를 요구하는 시장이 되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가치사슬의 효과적인 관리는 경쟁우위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전기차는 환경과 관련되는 공공재적 성격이 크므로 정부의 지원 및 공급이 정당화되는 산업이다. LG엔솔, 삼성SDI, SK온 등 현재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속적인 초격차를 위해 대규모 시장이 있는 미국 등에서 생산하되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등 고부가가치 분야는 국내에서 수행하는 방식으로 투입-생산-유통 전 과정에 걸쳐 국내 고급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지원, 인력 공급)의 긴밀한 협력구도 마련이 필요하다.
1970~1980년대 소비자 가전과 자동차산업에서 통상산업성과 기업이 일체가 돼 세계시장을 제패했던 ‘주식회사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