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의회에서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망 이용대가를 부담해야 한다는 결의안이 채택되자 업계 관계자가 털어놓은 푸념이다.
유럽의회에서 대규모 통신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츠 공급자가 통신망 이용 대가에 따른 부담을 지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지난 13일 찬성 428표, 반대 147표, 기권 55표로 채택했다. 이를 통해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추진 중인 망 이용대가 관련 내용을 담은 기가비트 연결법의 통과 가능성에도 힘이 실렸다.
반면 국내에서는 빅테크의 망 이용료 부담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빅테크의 망 이용료 부과 관련한 법안 7건이 여전히 계류 중이다.
그 사이 적자에 허덕이는 내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는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고 있지만 국내 트래픽 1,2위를 발생하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여전히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내 CP(콘텐츠사업자)에 그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오죽했으면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투자 활성화 및 금융지원 확대 업무협약’ 행사에서 강국현 KT 사장이 나서서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망 이용대가가 중요하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국내 ISP(인터넷서비서사업자) 사업자들은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관련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공동 CEO의 방한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서랜도스 COE가 계정공유 단속과 망 이용대가 등 화두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서랜도스 CEO가 이같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을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K콘텐츠에 대해 25억달러(3조3000억 원) 투자 보따리를 푼 이슈를 집중 부각하며 넷플릭스가 K-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더 이상 눈을 감고 면죄부를 주면 안된다. 넷플릭스가 이번 방한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한미동맹을 부각하는 모습을 국내업체들이 씁쓸하게 바라보는 상황이 또다시 재연되지 않길 바란다.
정부가 국내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기업들이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빅테크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 유치 보다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