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도 생산망 다각화 ‘총력’
독일·폴란드 등 유럽 투자도 활발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이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산업의 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실적 부진에도 공격적으로 글로벌 생산기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재무부는 인텔이 250억 달러(약 32조 원)를 투입해 남부 키르얏 갓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다. 여기에는 2021년에 발표한 100억 달러 투자가 포함돼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새 공장은 2027년에 가동을 시작해 최소 2035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인텔은 신규 공장에서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인텔의 주요 웨이퍼 생산기지로 꼽힌다. 현지 고용인원은 1만2000명에 달하며 신규 공장이 완공되면 수천 명의 추가 고용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1974년부터 50년 가까이 이스라엘에 투자해왔다. 수도 예루살렘 등에 다수의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규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에도 이미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엔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지원 시스템 개발 업체인 ‘모빌아이 글로벌’을 15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인텔은 국가 전체 기술 수출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이스라엘 경제 기여도가 높다.
이번 투자와 관련해 인텔은 “이스라엘 제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투자 계획을 확인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인텔이 최근 실적 부진에도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던 제조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는 등 생산망 다각화에 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은 1년여 전 발표된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타워’ 인수 완료에도 집중하고 있다. 인텔은 54억 달러 규모의 해당 거래를 통해 TSMC가 장악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1분기 28억 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대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PC 수요 감소로 인한 반도체 재고 누적이 실적에 부담을 줬다. 블룸버그는 “인텔이 PC 시장은 불황이고, 엔비디아와 같은 경쟁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나 데이터센터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조시설 확장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텔은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회사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인근에 반도체 공장 건설에 46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존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던 독일과 아일랜드에 각각 170억 유로, 120억 유로를 들여 새 반도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인텔은 향후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을 위해 80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본토에서는 애리조나주와 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텔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고용창출을 노리는 각국 정부의 보조금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인텔은 이스라엘 자본투자 장려법에 따라 투자액의 12.8%에 상당하는 보조금을 받게 된다. 인텔은 독일 정부로부터도 약 11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