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각 은행 전산 원활히 운영 중”
내년 2월 희망적금 만기 이후 가입신청자 몰릴 것
청년도약계좌 출시 첫날인 15일 오전 11시 30분, 대면 접수를 받는 하나은행 공덕역 지점 창구는 썰렁했다. 어르신 고객 몇 명만 있을 뿐 청년층 고객은 이후 1시간 넘어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청년도약계좌 대면 판매가 가능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서울시내 영업점 5곳을 둘러본 결과 계좌 가입 신청을 위해 지점을 찾는 청년은 한 명도 없었다. 하나은행 공덕역지점 직원은 “언론에서 비대면 가입신청이 가능하다고 홍보를 많이 했고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라 대면으로 신청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면서 “가입신청도 5부제로 받아 붐비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지점으로 전화 문의도 오지 않아 직원들은 청년도약계좌 출시에 대해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청년도약계좌 출시 첫날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입신청 첫 5일간 ‘5부제’를 실시하고, 매달 신청 기간이 열리는 상품인 영향에 ‘오픈발’이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대상자가 적은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의 중장기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형 금융상품으로, 만기 5년 동안 매월 70만 원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하면 정부기여금을 매월 최대 2만4000원 지급하고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비대면으로만 신청이 가능하다. 해당 상품을 취급하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중 영업점에서 대면으로 가입신청이 가능한 은행은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급격하게 신청자가 몰려서 영업점에서 불편을 겪는 일을 방지하고자 비대면 신청을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비대면이 어려운 고객은 영업점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비대면 역시 수요가 몰리진 않았다. 금융위원회 측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청년도약계좌 가입신청자는 대면과 비대면 모두 약 5만7000명이라고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각 은행의 전산은 원활하게 운영 중”이라며 “은행 중복신청도 가능하기 때문에 한 은행에 몰리거나 하는 현상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입신청은 복수 은행에서 가능하다. 계좌를 개설할 때만 한 개 은행을 선택하면 된다.
지난해 청년희망적금 가입 첫날 당시 인원이 많이 몰리면서 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접속에 차질이 생겼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2월 말 출시된 문재인 정부의 ‘청년희망적금’은 출시 당시 최고 연 10% 금리로 시장의 주목을 받아 가입 초기 수요가 몰렸다. 출시에 앞서 8일간 청년희망적금 가입희망자가 가입가능여부를 사전 확인할 수 있는 ‘청년희망적금 미리보기’를 운영한 결과, 가입자 수가 애초 금융당국이 예상한 38만 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출시 첫 주에 5부제 가입 방식을 적용했지만,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가입자가 170만 명을 넘었다.
이 같은 수요 차이는 청년도약계좌와 청년희망적금의 상품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희망적금은 한시 가입으로 가입기간이 짧았던 것과 달리 청년도약계좌는 가입 신청 기간이 매달 열린다. 청년희망적금은 지난해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만 11개 은행에서 대면과 비대면으로 판매했다. 반면 청년도약계좌는 매달 2주간 가입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금융당국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는 내년, 내후년에도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청년이 취급은행에 가입신청을 하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약 3주간 가입요건 확인·심사 과정을 거치고 은행에 가입 요건 결과를 통보한 후 계좌를 개설해 가입할 수 있는 형태다. 6월 15일부터 23일까지 가입신청을 받고 약 2주간 가입심사를 거쳐 다음 달 10일부터 21일 중에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7월에는 3일부터 14일까지 가입신청 후 7월 17일부터 8월 4일까지 심사 기간을 거쳐 요건이 맞는 경우, 8월 7일부터 18일까지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배정 예산 수준도 다르다. 지난해 청년희망적금 출시 당시에는 청년 38만 명 정도가 가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예산 456억 원이 투입됐지만, 실제 가입자는 290만 명에 달해 논란이 일었다. 반면 청년도약계좌는 정부 예산 3678억 원이 편성됐다. 최대 300만 명을 예상한 규모다. 청년도약계좌의 조기소진 우려가 덜하다는 점이 청년희망적금과 달리 ‘오픈런’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다.
아직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점도 수요가 몰리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희망적금과 동시 가입이 불가하다. ‘청년층 자산형성’이라는 사업 목적이 비슷한 정책금융 상품이기 때문이다.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한 청년이 도약계좌를 개설하고 싶다면, 중도해지하거나 만기를 기다려야 한다.
청년희망적금을 중도해지하면 이자 소득세 비과세 혜택과 만기해지 이후 지급되는 저축장려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2년 만기 상품인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2월 이후부터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신청하는 청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청년희망적금 가입 유지 청년은 총 241만4000명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 중도해지를 하면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희망적금과 중복가입이 안 되는 청년도약계좌를 아직 찾는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라며 “만기 이후인 내년 2월이 지나기 전에는 생각보다 가입 대상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