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내역 제출 단체만 보조금 지급, 용도 벗어나 사용하면 지급 안돼"
"보조금 예산 '제로베이스' 검토하라"…예고했던 5000억보다 폭 커질 듯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국고보조금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최근 보조금 비리가 드러나면서 재정누수를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민간단체 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2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제대로 된 관리·감독 시스템이 없어 도덕적 해이와 혈세 누수가 만연했다”며 “각 부처는 무분별하게 늘어난 보조금 예산을 전면 재검토해서 내년 예산부터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보조금 사업에서 부정·비위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뿐 아니라 담당 공직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선정부터 집행, 정산, 점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며 “보조금은 사용내역과 관련 자료를 정직하게 제출하는 단체에게만 지급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단체와 불법 부당하게 용도를 벗어나 사용하는 단체에겐 절대 지급돼선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운 용산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내년 보조금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를 시작하라”며 “국민 세금으로 보조금을 받는 사람은 반드시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정직하고 정확하게 증빙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고 허위자료를 제출한 사람에 보조금을 주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 보조금 예산이 5000억 원 감축된다는 보도를 했는데,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면 그 이상이 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5000억 원 감축은 앞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비영리 민간단체 감사 결과 브리핑에서 언급한 바로, 보조금 예산을 최소 5000억 원 이상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만큼 감축 폭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보조금과 교육교부금 조사 결과를 두고 재정누수 방지 조치를 지시했다. 앞선 이 수석 브리핑에 따르면 1조 원대 사업 부정집행 가능성이 있고 비리가 확인된 금액이 314억 원인 것으로 밝혀져서다.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보조금 예산을 줄이는 등 옥죄기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시민단체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 기준을 현행 연간 보조금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에 대해서도 “지난주 발표된 교육교부금 합동점검에서도 대규모 위법·부당 사례가 적발됐다”며 “학령인구는 주는데 세수는 증가해 교육교부금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조금은 남발되고, 검증과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부정과 비리의 토양이 됐다”고 꼬집었다.
교육교부금의 경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시·도 교육청에 지원된 금액 중 282억 원이 부당하게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수사의뢰까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