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6월 동결 후 7월 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 금리인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국내 증시 전망에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는 14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5.25%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증권사들은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느린 고용 증가 및 물가 둔화를 바탕으로 경기가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반등했지만, 구조적 물가 압력으로 작용했던 서비스 관련 물가, 임금,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의 강세가 누그러지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 또한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미 재무부의 단기 국채 발행 증가가 3분기 말까지 이어지는 것은 시중 유동성 축소를 시사한다”며 “이는 은행들의 대출규제 강화 및 미 연준의 양적긴축과 함께 금리상승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 동결 분위기를 강화시켜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7월 금리 결정을 놓고선 인상 쪽으로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캐나다 및 호주 중앙은행 행보와 같이 건너뛰기(skip)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건너뜀으로써 더 많은 지표를 살펴볼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6월 금리를 동결하고, 7월에는 금융 불안 이후 제기되고 있는 신용 긴축 관련 불확실성 등을 살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동결 확률은 74.8%, 7월 금리 인상은 52.3%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 위원들은 일단 6월 금리 동결 후 7월에 인상을 재개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고려하면 6월에는 금리 동결 및 점도표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5.1%에서 상향조정하며 추가 인상을 시사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전망했다.
건너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국내 증시 전망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하반기 금리인하 시나리오가 사라지면서 코스피가 강세를 보였던 상반기 시장과 환경적 차이가 벌어진 탓이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6월에는 현 수준인 500~525bp(1bp=0.01%p)에서 동결될 확률을 70%, 깜짝 인상이 단행될 확률을 30% 반영하고 있다. 선물시장은 7월 525~550bp 확률을 53% 정도 반영하고 있다.
연준이 7월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NH투자증권은 6월 금리 동결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7월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헤드라인 기준 20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3%대 물가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연준의 추가 인상 명분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3분기 중 서비스 물가 하향 안정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연준의 더블 양적긴축(QT)이 금리인상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두겠지만 실제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