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규제 이중적 행보로 투자자 해외 탈출 가능성
당장 가까운 시일 내에 투자자 이동 어려울 수는 있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마진 거래를 승인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에 상장된 일부 알트코인들을 미등록 증권으로 규정한 것과 비교되는 결정이다. 미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한 이중적 행보가 있따르며 가상자산 시장 주도권이 미국 외 지역으로 옮겨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산하 CBOE 디지털이 CFTC로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마진거래에 대해 규제 승인을 받았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CBOE 디지털은 마진 거래가 가능한 가상자산 레버리지 파생상품 제공 거래소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기초자산으로 본다는 것은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라며 “자산 총액이 커진 만큼 가격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미 금융당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마진 거래를 허용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미 금융당국의 행보는 최근 SEC가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에 상장된 가상자산이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과 상이한 움직임이다. 코인 거래소는 압박하는 한편, 기존 제도권에 거래소에서는 새로운 가상자산 관련 상품을 허용하며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바이낸스US는 SEC의 거센 압박에 달러 입출금을 중단하기로 했다. 바이낸스US는 트위터를 통해 “SEC가 미국 디지털 자산 산업에 대해 극도로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입출금 중단 이유를 밝혔다. 바이낸스US는 9일 공식 트위터에서 달러 입금을 중단하고, 13일부터는 출금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규 산업군인 가상자산 시장을 기존 제도권에서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미국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향후 중국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강화된다면 미국 외 지역으로 투자자들이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
홍콩은 이번 달 1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허가제를 시행하며 가상자산 시장을 개방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되는 코인은 1년 이상 거래 기록이 있어야 하고, 두 개 이상의 주요 가상자산 인덱스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SEC는 △바이낸스체인(BNB) △에이다(ADA) △솔라나(SOL) △폴리곤(MATIC) △코스모스(ATOM) 등을 증권성이 있다고 지목했는데, 해당 가상자산들은 소위 말하는 메이저 알트코인으로 불리며 비교적 안정적인 가상자산으로 손꼽힌다. 때문에 홍콩 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가상자산에 대한 홍콩의 입장이 규제를 푼다고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규제를 푼다기 보다는 (규제를) 명확하게 하는 것으로 거래소 등록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라며 “중국은 자본 이동을 규제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