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의 출연료와 계약금 등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형 박 모 씨가 “동생이 여자친구에 미쳤다”며 세무사를 회유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배성중) 심리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횡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씨 부부에 대한 6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박 씨 부부가 변호인단과 출석한 가운데 박수홍 전 매니저·세무사 2명 등 총 3명의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세무사 A 씨는 “2020년 초 박 씨가 전화를 해 ‘박수홍이 여자친구 때문에 미쳤다. 절대 회계자료를 주면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박수홍 1인 기획사 ‘라엘’과 ‘메디아붐’의 기장업무를 10년 넘게 대리해 온 세무법인 대표다. 그는 “박 씨와만 만났고 워낙 선한 분이라 1%도 의심을 안 했다. 정말 박수홍이 미쳤나 하는 생각이었다”며 “이후 3차례 미팅을 했는데 박 씨가 얘기한 것과 어긋나는 게 많아져 이상했다”고 부연했다.
세무사 B 씨도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B 씨는 “박 씨가 박수홍이 장부를 열람하지 못하게 하고, 알고 있는 내용도 언급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며 박 씨로부터 받은 문자를 증거로 제출했다. 문자에는 “저하고 배우자 내역은 수홍이가 모르니 절대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 저한테 연락 왔었다고도 하지 말아 주시고”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박 씨가 가로챈 것으로 의심되는 금액에 대해 소명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7차례나 보냈지만, 답변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박 씨 부부가 2015년 서울 강서구에 있는 상가 8채를 개인 명의로 매입하려던 과정에서 부족한 중도금을 법인 자금으로 충당하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A 씨는 “두 사람의 소득원이 너무 적어 자금 출처가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A 씨는 박 씨가 유령 직원을 만들어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법인 돈을 빼돌렸다고도 했다.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지만, 박 씨가 “동생이 거의 미친 수준으로 세금 내는 걸 싫어한다”며 강행했다는 것이다. 박 씨는 박수홍 부모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문제도 같은 이유로 강행했고, “더러운 건 내 손으로 다 하겠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다 책임지겠다”며 각서까지 썼다는 주장이다.
박 씨 부부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박수홍의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법인카드를 용도 외로 사용하고 박수홍 개인 계좌에서 자금을 무단 인출하는 등 총 61억7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일부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인카드 사용, 허위 직원 급여 지급 등 횡령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다음 공판은 8월 9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