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2024~202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일원으로 활동한다. 한국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선거를 거쳐 임기 2년의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했다. 1996~1997년과 2013~2014년에 이어 3번째 안보리 진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글로벌 외교의 승리”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192개 회원국 중 180개국의 압도적 찬성표를 얻었다. 출석 회원국 3분의 2 이상 득표라는 통과 기준을 훌쩍 넘긴 것이다. 가치외교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쌍수를 들어 반길 만하다. 이번 선거는 아시아태평양지역 1개국, 아프리카 2개국, 중남미 1개국, 동유럽 1개국을 각각 뽑았다. 한국은 아태지역 단독후보였다.
안보리는 유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특히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유일한 기관이어서 의미가 크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5개 상임이사국과 대륙별로 할당된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 10개국으로 구성된다. 비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과 더불어 유엔 안보리 현안 논의와 표결에 참여할 권한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앞서 두 번 안보리에 진출했을 때와는 크게 다르다. 지난 3월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서방 주요 7개국(G7)에 한국을 추가로 포함해 G8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일본 G7 정상회의에 초청돼 다른 주요국 정상에 못지않게 활발한 국익외교에 나선 것은 우연이나 행운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번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두고 과거와 같이 그저 감격하고 흥분할 계제는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안보리 재진출을 과소평가할 일도 아니다. 국제 역학관계는 자연생태계와 같이 끊임없이 변화하게 마련이다. 안보리라는 다자외교의 중심부에서 역학적 변화에 긴밀히 조응하고 우리 국익을 지키면서 세계 평화와 협력에 기여하는 임무는 세계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국가라면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작금의 지구촌은 미중 갈등 등으로 신냉전시대로 급속히 치닫고 있다. 역동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참인 것이다.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워 새로운 글로벌 밸류체인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더 큰 문제는 한반도 지정학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첨예한 대립구도가 짜여지고 있다. 안보리 재진출은 그 무엇보다 한반도 위험지수를 적절히 관리할 호기로 활용돼야 한다.
한국은 이번 선거에 나서면서 평화유지·구축, 사이버안보, 기후변화 극복 등에 중점을 두겠다고 공약했다.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하는 길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우리 외교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히고 글로벌 중추국가로 발돋움하는 길과도 맞닿아 있기 십상이다. 명심할 일이다. 나아가 한·미·일의 안보리 3각 공조를 중심으로 안보 변수를 잘 관리하면 이번 재진출은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분발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