票心 노린 정치권에 신산업 기못펴
로톡·직방 등 플랫폼 갈등 여전해
기득권 깨고 혁신산업 뒷받침하길
세계 넘버원 플랫폼 기업인 구글도 1998년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라는 스탠퍼드대의 두 대학원생이 친구의 차고에서 시작한 회사가 오늘날 세계를 바꾼 퍼스트 무버 회사가 됐다. 사명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은 2004년 당시 19세였던 하버드대 학생 마크 저커버그가 학교 기숙사에서 창업한 세계 최고의 소셜 미디어다. 스페이스X라는 민간 우주탐사선으로 세계 최초 화성탐사를 노리고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기행으로도 유명할 정도다.
이처럼 퍼스트 무버란 아무도 가 보지 않은 미지의 혁신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그런데 미지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혁신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 기득권 세력이 힘으로, 때로는 정치적 배경을 이용해 억누르는 국가는 혁신을 통한 퍼스트 무버로 갈 수 없다.
한국에서 ‘공유경제’와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지다 돌연 불거진 위법 논란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타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다. 총선을 한 달 앞둔 2020년 3월, 정치권은 25만여 택시업계를 고려해 타다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소위 ‘타다 금지법’을 당시 정부 여당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앞세워 적극 추진 통과시켰다. 4년간의 긴 법정 다툼 끝에 불법 혐의를 벗었지만, 국회가 그 사이 도입한 ‘타다 금지법’으로 서비스 재개는 이미 어려워졌다. 국민 전체 편익보다 특정 집단 표심을 먼저 생각한 정치권의 행태가 국내 신사업 시장이 쏘아 올린 혁신을 무너뜨린 것이다.
한국에서 타다가 금지된 사이 2016년 그랩(Grab)이란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공유차량업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8년 3월 그랩은 우버와 합병해 우버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동남아시아 공유차량 서비스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2021년 말 그랩홀딩스라는 이름으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그랩은 사용자수 3600만 명, 기업가치 151억 달러의 동남아 최대 유니콘기업이 되어 엄청남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처럼 엄격한 금산분리가 없는 싱가포르의 그랩은 산하에 그랩파이낸셜이라는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대출 예금 카드 보험 자산관리 등 금융업에 진출했는데 그랩과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이 구성한 컨소시엄은 최근 싱가포르 통화청(MAS)으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인가를 취득하기도 했다. SK 현대차 기아 네이버 한화자산운용 등 한국 기업들이 줄지어 투자하고 있다. 2019년 세계적인 금융컨설팅회사 KPMG는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그랩을 중국의 앤트파이낸셜에 이어 2위로 평가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인 타다금지법은 헌법소원까지 갔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도 행사하지 않았다. 결국 그랩처럼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혁신기업은 주저앉고 말았다.
타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지만 한국 산업계 곳곳에서 기존 산업과 혁신산업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수년간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빚었다. 헌법재판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지난해 5월과 올해 2월 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지만 경영이 악화된 로앤컴퍼니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성형정보 플랫폼인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와 대한의사협회 간 갈등, 부동산 중개서비스 플랫폼 직방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간 갈등,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두고 대한의사회와 충돌한 플랫폼 사업자들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플랫폼 규제법안들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혁신산업 중심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는 일은 요원하다. 이번 사태를 큰 교훈으로 혁신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국 경제가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