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완성된 사형수, 계속 구금할 법적 근거 마련
30년으로 정해진 사형의 집행시효가 폐지된다. 현재 수감 중인 최장기 사형수가 올해 11월 수감 30년을 맞는 만큼 그 전에 법률을 정비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려는 취지다.
법무부는 사형 집행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은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형을 집행하지 않고 30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돼 집행이 면제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사형 확정자의 수용기간 동안 사형 시효가 진행되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사실상 사형폐지국인데 집행시효가 지나면 사형수 신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시효가 완성된 사형수를 계속 구금할 수 있는지 논란이 불거져 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을 선고받고 수용 중인 사람의 사형 시효가 진행되는지 여부에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사형 확정자는 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점을 법에 명확히 함으로써 형 집행의 공백을 방지하는 게 개정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형 집행시효 30년’ 폐지가 앞으로 사형을 집행할 수도 있다는 뜻과는 무관하며, 시효가 완성된 장기 사형 미집행 수에 대해 석방하지 않고 계속해서 수감생활을 이어갈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현재 수감 중인 사형확정자는 총 59명이다. 이중 최장기간 수용자는 1993년 11월 현존건조물방화치사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원언식 씨다.
원 씨는 1992년 10월 4일 강원 원주시에 위치한 왕국회관(여호와의 증인 예배당)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고인 내지 사형집행 대기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서는 올해 11월 원 씨를 석방해야 할 상황이 된다”며 “단순히 사형 집행 예정이었다는 법무부 입장은 말이 안 되고, 집행 시효 문구를 삭제해 혼란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주 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돼야 시행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