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업계가 고질병인 저가수주를 해소하고 선별 수주 전략에 돌입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가장 많이 수주한 선종은 PC선으로, 선가 자체가 높은 선종이다. 이같이 가격대가 높은 선종을 수주하는 등 한국 조선업계 고질병으로 불리는 ‘제살깎기식 저가 수주’를 근절하겠다는 의도다.
최근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앞으로 선박을 수주할 때 수익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선별해 수주할 것을 주문했다. 정 사장은 최근 성남 판교 HD현대 글로벌리서치센터(GRC)에서 노르웨이 선급(DNV)의 해양 부문 최고경영자(CEO)인 크누트 외르베크닐센과 미팅을 갖고 “HD한국조선해양은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라며 “향후 수주 때는 수익성 측면에서 선별적으로 임할 수 있는 지위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 단가가 높은 친환경선박 분야 수주에 주력해 관련 분야에서 우리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도 수익성에 기반한 선별적 수주를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우, 각각 올해 목표의 20%대와 10%대만 달성하면서 더딘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무리한 수주를 하지 않고 거래를 선별해 선가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다. 두 조선사는 올해 영업 이익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분기에 이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오션도 올해 안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조선업계가 숨고르기에 돌입한 가운데 한화오션의 출범으로 저가수주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업계는 옛 대우조선해양을 저가수주의 장본인으로 지목했었다. 조선 업계 저가수주는 2009년 전후 시작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업황 악화에도 2009년 총 29척 선박 수주하며 글로벌 수주 1위를 기록했다. 이후 적자에 시달리며 저가 수주는 K-조선업계의 고질병으로 남게됐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전후 시작된 대우조선해양이 일감 확보를 위한 저가 수주로 조선 3사 모두 출혈 경쟁을 시작해 공멸하게 됐다”며 “이제 조선 3사 모두 민간 체제라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을 지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