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4일 '경착륙(硬着陸), 시작되다-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현재 경기에 대해 수출 경기 침체 속에서 그동안 경기를 방어하던 소비마저 위축되며 경착륙이 시작되는 국면에 위치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출 경기는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주력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심각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투자도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보복 소비심리로 지난 1분기 경기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소비 부문이 최근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실질 구매력 약화로 그 한계를 나타내면서 내·외수 동반 침체가 진행 중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 분기 대비)은 0.3%로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 회복 덕에 가까스로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면했다. 특히 올해 1분기의 민간소비/GDP 비중은 49.9%로 최근 4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가 우리 경제의 유일한 경기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하반기에는 경기 하강에 따른 소득 저하와 고금리에 따른 높은 이자 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제 성장세가 크게 약화할 우려가 존재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매판매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실질 구매력 약화의 영향으로 전월비(-2.3%) 및 전년동월비(-1.1%)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또 최근 시장 금리가 다소 하락하는 모습이나 연내 기준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경우, 시장 금리가 하방 경직성을 가져 높은 이자 부담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보고서는 향후 경기 전망을 경기 회복 시나리오(U자형, 상저하고)와 장기 침체 시나리오(L자형, 상저하저) 두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상저하고 회복 시나리오는 수출이 빠르게 개선됨과 동시에 내수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적 대응이 동반될 경우다. 이 경우, 경기 전환점이 마련되면서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서는 관측했다.
반면 상저하저 장기침체 시나리오는 하반기에도 수출 침체가 장기화하거나, 정부의 정책적 실기로 소비가 더 이상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다. 이는 결국 하반기에 심각한 경기 침체를 불러오면서 내년까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전개되는 불황의 진폭을 줄이고 불황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노력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 철학이나 경제 이론에 대한 집착보다는 경제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유연한 경제 정책 기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수 불황 국면의 시작에 대응해 적극적인 소비 시장 활성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수출 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에 대응해 통상·외교에서의 불확실성 완화 및 차별적 시장 접근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며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지속적인 기업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투자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저성장·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사회 양극화 가능성에 대응해 사회 안전망의 정비와 확충을 통해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