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에겐 일명 모시는 ‘신’이 있다. 이 신은 시기에 따라 변한다. 지금은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다.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그를 찬양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열풍이 자본시장을 두 쪽으로 갈라놓는다는 점이다. 여의도 증권가와 금융당국은 한통속의 ‘나쁜 놈들’, 배터리 아저씨는 정의로운 ‘영웅’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상황을 무 자르듯 나누기는 쉽지 않다.
증권가와 당국은 몸집이 큰 만큼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만나는 취재원들만 비교해도 각 집단이 복잡다단하다. 배터리 아저씨의 자극적이고 달콤한 발언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견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분법적 사고는 간편하지만, 입체적인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양질의 투자 정보를 원하는 개인투자자의 근본적 문제는 해소되지 못한 채, 싸움과 불신만 키우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자본시장에서 유일신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집단과 건강한 투자 가치관이 공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독립리서치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기성 증권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회색지대면서도, 소위 ‘종교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자본시장을 갈라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기성 집단이 놓친 부분을 이성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몇몇 독립리서치 대표를 인터뷰했다. 아직 신생 시장인 만큼 벤처 기업 느낌의 신선함과 패기가 느껴졌다. 물론 이들은 개인투자자에게 ‘무조건 사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각종 기업 분석과 시장 정보를 소신껏 전달하고 싶어 했다. “당장은 입맛에 맞는 달콤한 말이 더 인기 있겠지만, 언젠가는 소신껏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감명받는 개인투자자가 더 많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말한 독립리서치 대표의 발언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 독립리서치들은 다양한 분야에 도전 중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한 보고서나 산업분석 보고서도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미 선진시장을 구축한 일부 국가에서는 독립리서치들의 인지도나 영향력이 상당하다. 기성 자본시장 업계와 상생하며 개인투자자를 돕고 있다. 언젠가는 국내 독립리서치도 가능하지 않을까. ‘집 팔아서 사라’는 매콤한 한마디 대신, 건강하고 다양한 투자 정보가 인기를 끄는 시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