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행위 간주 호가관여율 5% 수준…과거 판례에서 언급
“5%는 참고자료일 뿐 절대 숫자 아냐…이번 사건 관여율 높을 수도”
차액결제거래(CFD)를 악용한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씨가 이달 26일 구속기소됐다. 지난 11일 구속 수감된 지 15일 만이다. 주가 조작 사건 조사에 나선 금융당국은 그간 혐의입증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으로 넘겨진 이번 사건의 쟁점으로 조작단이 시세에 얼마나 관여했는지가 거론된다. 시세를 고의로 조종하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가 관건이다.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라덕연 전 투자컨설팅업체 대표와 측근 일부를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구속기한으로 예상된 이달 30일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그동안 주가 조작 사건에서 중요한 법리로 제시됐던 ‘관여율’을 어떻게 적용할지가 쟁점으로 꼽힌다. 특히 호가관여율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은 호가관여율을 ‘전체 주문 중에서 시세조종 주문 등이 차지하는 비율(시세조종주문 주식수/전체 주문 주식수)’로 정의한다. 시세조종행위와 관련한 여러 판례를 비춰보면 금감권 내부적으로 시세조종행위로 간주하는 호가관여율은 5%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지난 2008년 11월에 내린 판결문을 보면 “호가관여율이 5% 이하면 고발을 하지 않는 금감원 내부기준이 있다고 하여 그 기준에 미달하는 시세조종 거래는 무조건 시세조종의 목적을 인정할 수 없거나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나와 있다. 부산지방법원도 지난 2018년 1월에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선고한 판결문에 반영된 금감원 직원의 진술을 보면 “통상적으로 호가관여율이 높을수록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시세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호가관여율이 5%가 넘을 경우 금감원에서는 이를 시세조종행위로 간주해 고발조치한다”고 나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번 주가 조작단은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고자 장기간에 걸쳐서 주가를 조금씩 띄우는 수법을 썼다. 호가관여율이 1% 미만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과거에도 호가관여율이 높지 않았지만 시세조종 고의성 등을 고려해 단 한 차례 매매만으로도 시세조종으로 간주했던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유통되는 주가 수량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호가관여율이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10월에 시세조종 관련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원은 특정한 가격에 대량의 물량을 자전거래하기 위해 먼저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고정해 놓은 후, 그 고정시킨 가격으로 대량의 물량을 자전시킨 사건에 관하여 한 번의 매매에 의해서도 시세조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판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호가관여율은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5% 정도 되면 해당한다는 게 일반적인 것이고, 5%가 안 되면 시세조종이 아니고 (5%) 웃돌면 시세조종이고 이런 걸 가르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라며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느냐는 하나의 참고자료고, (이번 주가 조작 사건의 경우) 호가관여율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지속적으로 매수한 양태였기 때문에 아주 높게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호가관여율을 어느 시점에 볼 것인지도 관건이다. 수년간 주가를 끌어올린 시기인지, 며칠 새 폭락한 시기인지 그때 따라 관여율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 명이 해서는 (주가 조작이) 안 되기 때문에 (조작) 연관성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